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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by 책빛나

우리는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그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누군가를 멀리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팽형'이라는 형벌이 있었다고 한다. 가마솥에 끓여서 죽이는 것이 팽형인데, 실제로 사람을 끓여 죽인 것이 아니라 미지근하게 덮힌 가마솥에 들어갔다 나오게 한 후, 그를 마치 죽은 사람인양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다. 주로 탐관오리에게 가해졌다 하는데, 팽형을 받은 죄인은 보통 오래 지나지 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그만큼 대화가 없는 삶이란 인간에게 무서운 형벌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안부를 묻거나 날씨 얘기를 하는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는 우리 삶에 기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대화는 일단 양쪽 모두 마음을 열어야 가능하다. 한쪽만 간절히 원하고 다른 한쪽은 별로 마음 내켜하지 않는 대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먼저 부모와 어린 자녀의 대화가 떠오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 소년은 끊임없이 자신의 문제를 엄마에게 말하지만 엄마는 건성으로 듣고 아이의 질문과는 상관없이 자기 말만 끊임없이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 알았어. 근데 숙제는 했니?" 이런 식이다. 이런 대화 장면은 약 5년 후 입장이 뒤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사춘기 자녀는 대화를 하려 하지 않아 부모의 말에 단답형으로 답하며 방문을 걸어잠그고, 부모는 그럴수록 더 궁금해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진정한 대화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소위 '티키타카'가 되는 재밌는 대화는 관계를 무르익게 하고,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유머도 튀어나오게 만든다. 경직된 관계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대화를 멋지게 제대로 하려면 일단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마음을 열고 잘 "들어야" 한다. 요즘은 대화 중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런 기본적인 매너도 무색해졌다. 진정 열린 대화는 양쪽 모두에게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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