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응원

by 책빛나

"아들, 공부하느라 힘들지? 이번 주도 힘내자~ 화이팅!"


식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부모는 자식에게 이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고등학생 아들이 시험공부에, 수행평가까지 늘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살자,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맏딸이다보니 늘 가족들에게 응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특히 전남편은 시골에서 딸 넷에 아들 하나인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여서 온 가족의 기대와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옛날에 <아들과 딸>이라는 TV드라마처럼 아들이라는 이유로 더 교육받을 수 있었고, 딸들은 아들을 위해 교육적 혜택을 포기하거나 희생했다. 그래서 내 전남편은 재수까지 해서 훌륭한 대학도 진학하고 대학원까지 가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번듯한 직장에서 높은 지위로 사회생활을 하기 바랐던 부모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리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환경단체에서 일하겠다고 했단다. 게다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불효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응원'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왜 나는 '기대'라는 단어가 같이 떠오르고, 이어서 '부담'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일까? 바로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되었을때 전남편이 힘주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평생을 살면서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고 힘이 들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기대감'이 없는 응원이 가능할까? 스포츠 경기 응원도 이기길 바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무너지거나 예상을 빗나가면, 관람중 난동을 부리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대는 보통 '결과'에 대한 기대이며,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기대감'에는 '불안'이라는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상대를 응원한다고 하지만 혹시나 내 기대에 못미치면 어쩌지? 바라던 대로 안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진정한 응원은 상대에 대한 믿음에서 생겨난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기대를 너무 드러내지는 말자. 그저 묵묵하게 사랑의 마음으로 응원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