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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by 책빛나

우리 모두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그 영역은 먹는 것, 입는 것,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 등 삶의 모든 부분을 아우른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학교,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들이 시간 속에서 역동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켜 만들어낸 것이 취향이다. 어릴 때는 키가 크는 것만큼 취향도 매우 짧은 주기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어지간해서는 취향이 잘 바뀌지 않는다.


수년 전 아들과 제주도에 가서 승마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비용은 매우 비쌌다. 그래도 한 번도 말을 타보지 못한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 돈을 지출했다. 그때 사회복지시설의 아이들이 많이 와서 승마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당시 청와대에서 승마나 스키, 골프 등 소위 비싼 취미를 경험할 기회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문화 체험을 지원한다며, 참 좋은 정책이 아니냐며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아동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격차가 얼마나 큰지 궁금해져서 한 교육종단연구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예상했던 대로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에 따른 학업능력의 격차는 학습태도나 정서적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독서'라는 취미도 부모가 책읽기를 즐기느냐, 아니면 학습 수단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아동의 독서태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을 “‘차별화’하고 ‘평가’하는 획득된 성향”이라 하며, 엘리트 계층이 학력과 문화자본을 통해 어떻게 끊임없이 취향으로 구별짓는지 보여준다. 일상의 절박한 요구와 무관하게, 목적없이 작품을 향유하려는 미적 성향은 결국 과거와 현재의 물질적 조건에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오랜 연구 결과였다.


물론 취향에 옳고 그름은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만들어나갈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더 다양한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어떻게 마련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른인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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