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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by 책빛나

노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누가 처음 노래를 했을까?


처음엔 누군가 혼자 불렀을 것이다. 구슬픈 멜로디이거나, 환한 미소가 지어지는 기쁨의 음색과 어우러져, 저도 모르게 어깨와 머리를 흔들게 하는 반복적인 템포, 또는 성난 사자처럼 잠자고 있던 응어리와 분노를 일깨우는 포효와도 같은 울림이었을까?


사람들은 그 노래에 감동받고 알수 없는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반복적인 후렴구에 서서히 스며든 사람들은, 마치 '수능 금지곡'처럼 자신도 모르게 입속에 맴도는 그 멜로디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노래는 한명 한명 같이 따라 부르다가 어느새 합창이 되지 않았을까?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함께 부르는 노래, 소위 ‘떼창’은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다.


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좋아한다. 함께 노래하는 순간의 감동과 전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좋았다. 이런 경험은 그렇게 자주 있진 않다. 가령 2002년 한일월드컵 승리 때 길거리에서 함께 노래하던 것이나,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함께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던 노래가 떠오른다. 교회의 지하 예배실에서 통기타와 함께 부르던 가스펠송, 학교 앞 주점에서 젓가락을 놓고 민중가요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또는 김장철에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장을 하다가 정말 힘에 부치는 시간이 오면 트롯트를 노동요 삼아 함께 부르기도 한다.


나는 하루종일 일하고 야근까지 마친 후 집에 돌아올때 혼자 운전대를 잡고 목청껏 노래를 할 때가 있다. 기분 좋은 피곤함과 뿌듯함이 뒤섞여 내가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순간이다. 이때 하는 노래들은 남들 앞에서는 절대 부르지 않을 '숨어서 듣는 나만의 명곡'이다.


신기한 것은 노래를 할 때 잠시 시간을 멈추고 영원의 세계로 떠났다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나면 세상은 다시 원래의 자리에서 조용히 또 부지런히 돌아간다. 노래로 힘과 용기를 얻어서 다시 발 딛고 살아갈 힘을 얻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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