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비밀인데..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야. 아니다, 그냥 말하지 말까..?"
어린 시절 나는 친해지고 싶은 서먹서먹한 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해, 없는 비밀도 만들어내 기어이 단짝친구로 만들곤 했다. 별 얘기가 아니더라도, '비밀'이라고 하면 관심을 이끌어내고, 비밀을 공유한 이들은 뭔가로 끈끈하게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비밀'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렸을 땐 비밀을 계기로 친해지기가 쉽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딱히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가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이 상상하는 비밀은 정치적인 음모론처럼 부정적인 것이거나, 호기심 많은 인간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마케팅의 주요 수법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다. 그리고 오히려 가까운 이들에게는 비밀을 털어놓기가 더 어렵고 조심스러워서, 나는 아예 모르는 타인, 가령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 또는 90년대 유행했던 PC통신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채팅방에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비밀을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비밀은 익명으로 누설하기 때문에 은근한 편안함과 짜릿한 해방감 같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았고 그 안에는 다양한 비밀들이 있다. 너무 창피해서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또는 아예 없던 일처럼 덮어버리고 싶은 흑역사일 수도 있고,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속마음을 사회적인 가면 속에 숨기고 살아가는 이중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하기도 하며, 비밀을 끝까지 숨기려다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처럼 호기심이 많은 동물도 없을 것이다. 비밀은 꽁꽁 감추어져 있을 때 더 궁금하고 알고 싶지만, 그냥 모르는 채로 둘 때 오히려 매력을 발산하고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슬프거나 웃기거나, 또는 끔찍한 각자만의 다채로운 비밀들을 가지고,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