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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by 책빛나

첫인상이 너무 중요해진 시대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성공하려면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일단 강렬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호감이 가는 첫인상을 보여주는 게 확실히 유리하다. 나는 그렇게 사교적인 성향은 아니어서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진 않은데, 지금까지 깊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두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첫인상이 어땠었나 하고 가만히 떠올려보니 놀랍게도 그들의 첫 인상이 매우 비슷했음을 발견했다. 둘다 여성인데 남자처럼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었고, 어깨도 넓게 벌어져 서구적인 체형으로 보이쉬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한 언니는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거의 이십여 년 전 첫인상을 더듬어 떠올리고 나서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시의 나도 그랬지만 뭔가 도전적이고 반골기질이 있는 듯한 첫 인상에 내가 확실히 매료되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둘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알게 되면서 겉모습과는 꽤나 다른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친구는 몸으로 예술하는 마임을 하는데 나처럼 감수성이 풍부해서 눈물이 정말 많다. 또 한 친구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면서, 지역의 교향악단 팬클럽을 운영할 정도로 클래식을 좋아하고 다도도 좋아하는 품위있고 우아한 사람이다.


살아보니 첫인상은 그저 첫인상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사랑한 이들은 모두 첫인상보다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은근히 느껴지는' 볼매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SNS 같은 곳에 셀카를 열심히 찍어 올리는 행위가 솔직히 내켜지지 않는다. 굳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들에게 내가 정말 행복하고 예쁘다는 것을 과장해서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을 열심히 홍보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긴 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스며들 듯이 알아가며 배워가며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해 가기에도 내 인생은 시간이 부족하다. 또 수십년이 지나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에 비하면 첫인상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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