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냥 계속 자고 싶다..

by 책빛나

밤은 쉼과 치유의 시간이자,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바뀌는 꿈이 펼쳐지는 시간이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에는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걷히고 조금은 시원해진 공기가 대지를 식혀주는 밤이 좋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여름밤>이라는 노래도 밤에 들으면 참 좋다.


"그늘이란 없는 따가운 햇살같던 나의 일상..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슬며시 눈을 감아, 무더웠던 나의 하루를 어루만져주는 여름밤..."


밤의 시간은 주로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이 귀한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가버리는지.. 아침형 인간이라기 보다는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밤 9시 이후부터 새벽 1~2시까지 집중해서 일할 때 효율이 더 올라간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수업 준비도 한다. 그리고 숙면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며 요가나 스트레칭을 한다. 내 몸의 구석구석을 만지고 풀어주며 심호흡으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의 시간이 내겐 진정한 힐링이다.


잠이 들면 나는 정말 꿈을 자주 꾼다. 어릴 때는 하늘을 날거나 건물에서 추락하는 가슴 철렁한 꿈도 참 많이 꾸었다. 꿈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기괴한 일들이 늘상 일어나고, 말할 수 없이 무섭고 끔찍한 장면들도 등장해 베개를 식은땀으로 적신 적도 많았다. 대부분 개꿈이어서 일어나고 나면 머릿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어떤 꿈들은 연속극처럼 스토리가 몇날 며칠에 걸쳐 연결되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꿈 속에서도 일을 했다. 그래서 자고 났는데 왠지 더 피곤해졌다. 나는 열심히 일을 했는데 실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해져서 터덜터덜 또다시 출근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아직까지는 다행인지 잠이 참 많은 편이다. 너무 많이 자서 하루 시간이 모자라고 아까워서 잠을 줄이려고 알람을 10분 20분 단위로 켜놓아도 늘 꺼버리고 또 자는 게으른 나다. 추운 겨울엔 정말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외치며 이불 속에서 다람쥐처럼 겨울잠을 자고 싶다. 하루에 이런 밤이 있어서 참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