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깊은 한숨소리를 들으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예전에 나는 자꾸 한숨만 푹푹 쉬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속시원하게 말하면 되지, 왜 저렇게 한숨만 쉬지? 나는 주로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성격이어서, '참을 인'자를 되새기며 한숨만 쉬는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내가 일반 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비영리단체로 간 것도,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아무리 월급을 많이 받고 안정적인 일자리라 해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문화에 순응하며 나 자신을 돈의 노예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어찌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가정생활에서는 결혼하고 나니 시어머니께서 주로 한숨을 많이 쉬는 분이셨다. 한숨 정도가 아니라 거의 천식에 가까운 힘겨운 마른 기침을 숨이 끊어질 듯 끝도 없이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부터 기관지가 안좋으셔서 이 병원 저 병원, 좋다는 약도 다 찾아 드셔보았지만 완전히 낫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오랜 시간 시어머니를 옆에서 관찰한 결과,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데 그 말을 참으실 때 주로 기침이 터져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젠가 한번 어머니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어머님이 어느 병원의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하셨다. "할머니,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마시고 해보세요"라고. 그때 어머니는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눈물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닫게 된 것 같다. 한숨이란,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약자들의 소리였다는 것을.
강자들은 늘 뻔뻔하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내뱉는다. 그 말이 누군가에게 칼이 되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요즘은 나도 종종 한숨을 쉰다. 예전처럼 날카롭고 직선적인 말이 입 안에 머무를 때,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한숨 쉬는 연약한 이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