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란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을 뜻한다. 나는 주로 음악이나 책을 통해 감동받기도 하고, 자연을 보면서 감동을 하게 된다. 감동의 느낌은 언어화하기가 다소 어렵다. 일단 신체적으로는 심장에서부터 짜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퍼지며, 나의 뇌는 어떤 경외심과 두려움, 기쁨 등이 뒤엉켜서 압도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인공지능을 보며 생각이 깊어졌다. 최근 읽은 <챗GPT 국어수업>(서해문집, 2023)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한 선생님이 인간의 시와 AI의 시를 보며주며 어느 것이 더 감동적인지 질문한 내용이 나온다. 한용운의 '거짓 이별'과 챗GPT가 쓴 시 '시들어버린 장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두 학급의 50명 가량 되는 학생 중 약 70%가 AI의 시를 더 좋아했다. 그들이 말한 이유는 '시들어버린 장미'가 더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수식어를 사용해 화자의 감정에 공감이 더 잘되었다는 것이었고, 반대로 한용운의 시를 선택한 아이들은 그 시가 훨씬 더 오래 생각하면서 의미를 파악해야만 화자의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깊이 있는 작품으로 느껴졌다고 하였단다.
우리가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 감동을 받는다는 건, 받아들이는 독자가 주체적으로 그 작품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결국 만드는 것은 창작자이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독자가 없다면 작품의 의미는 완성될 수 없다. 다만 문학성이나 예술성이라는 것이 독자의 선호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은 인간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창작물을 데이터로 학습하여 수십만개 이상의 작품을 생산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끝없는 복제와 생산으로 점차 '오리지널'이 사라지고, 무엇이 원본인지조차 알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