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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by 책빛나

중년의 어른이 된 지금, 되돌이켜 내 청춘 시절을 떠올리면 무언가 불안하고 막막한 느낌, 또 외로웠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공자가 사십대를 '불혹'이라고 했던 이유가 있겠지, 하고 내심 중장년쯤 되면 불안감도 어느 정도 걷히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삶의 불안함과 막막함, 외로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다만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나는 이십대 때 내 꿈을 찾아 첫 사회생활을 환경운동으로 시작했고, 주로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에서 독서운동도 오래 했다. 뭔가 남들이 다 하는 평범한 선택이라 하기엔, 다소 이상적이고 열정만 가득한 진로 선택이었다. 그러다 사십대 중반쯤 번아웃과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 이르렀다. 한동안 푹 쉬면 재충전 되겠지, 기대했지만 아무리 쉬어도 사는게 귀찮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도 잘 파악이 안되었다. 그냥 얼른 늙어서 할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먹고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그런 가운데 그나마 내가 조금은 할줄 아는 독서와 글쓰기를 가지고 강사로 전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중장년이 되어 한 분야에 전문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해 어느 정도 사회적인 성공을 하려면 하나의 분야에서 적어도 20년 이상 경험을 축적하는게 맞았다. 나처럼 해보지도 않은 업종에 들어와 이제서 뭘 시작해보려 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첫 수업을 하고 난 후 좌절감과 패배감이 문득 다시 떠오른다. 스스로가 너무 못나서 괴로워할때, 아들의 조언으로 발성법과 스피치 강사를 찾아가 1:1 코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문득 작은 용기를 얻었다. 그분은 수업을 마무리하며 내게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가 적힌 종이를 주셨다. 이 시엔 이런 구절이 있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지금도 나는 내가 작고 초라해질때, 이 시를 조용히 본다. 어서 빨리 노인이 되고 싶은 나에게, ‘청춘’의 시를 읽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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