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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by 책빛나

유년시절, 엄마와 아빠는 맞벌이로 일하시며 항상 바쁘셨지만, 행복했던 기억 속엔 늘 엄마 아빠와의 소소한 시간들이 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함께 산에 오르거나 캠핑을 한 적이 많았고, 캠핑을 가서는 꼭 아빠가 끓여주시던 손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논에서 개구리를 잡아 연탄불에 구워주셨던 일,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좋아하는 클래식과 가요를 LP로 구해 방 한쪽 가득 꽂아놓고, 음향 좋은 스피커로 온 집안을 공연장처럼 만들었던 기억, 아빠와 함께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책을 실컷 읽고 두손 가득 사왔던 일. 부모님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 이제 중년의 어른이 된 나의 자연스러운 취향이 된 것 같다. 바다보다는 산이 좋고, 리조트보다는 캠핑이 더 좋고, 음악으로 나를 둘러싸며 책에 몰입할때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초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의 위기와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나도 십수년전 결혼과 출산, 즉 '부모 되기'를 선택하기 전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가족을 위해 힘들게 헌신하는 '부모'보다는 화려한 싱글이고 싶었던 나였지만, 인생은 어쩌다보니 내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덧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바라보면서, '자식이 없었더라면 어쩔뻔 했는가' 하며 그렇게 마음이 든든할 수가 없다.


나는 '엄마'라는 역할을, 내적으로는 꽤 우여곡절 끝에 받아들였지만, 남들이 그렇게 흔히들 하는, '네가 부모가 되어 보아야 부모 심정을 알게 된다'는 그 말을 요즘 많이 체감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 모습 위에 우리 엄마 아빠의 과거 모습이 겹쳐지고, 지금 늙어가시는 엄마 아빠를 보며 내 미래의 모습이 오버 랩 된다. 물론 나는 부모님의 모습 중에 모든 것이 다 좋고 감사하고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으며 나의 지금 부모됨을 성찰하기도 한다. 아마 내 아이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사랑하고 또 아파하며 자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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