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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아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법

by 읽어봐요

"또 이 모양이야, 나는."


작은 실수 하나에 밤잠을 설치거나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자괴감에 휩싸인 적 없으신가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초라하게 느껴지면 우리 마음속에서는 어김없이 날카로운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난 뭘 해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왜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못하는 걸까? 정말 바보 같아." "다들 나보다 훨씬 잘하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더 깊은 절망과 무기력감으로 밀어 넣곤 합니다.


왜 우리는 실패 앞에서 스스로에게 가혹해질까요?

아마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성공'과 '완벽함'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1등을 해야 칭찬받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야 인정받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실패는 곧 나의 무능함'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마음속에 새겨왔을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속 화려한 성공담들은 이런 비교 의식을 더욱 부추깁니다. 그래서 평범한 나의 모습 때때로 실패하는 나의 모습은 더욱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는 세상의 기준뿐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높은 기대치와 완벽주의의 잣대로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몰아세우게 됩니다.


자기 비난의 대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과도한 자기 비난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만들고 작은 실수에도 쉽게 좌절하며 '역시 난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자기 예언을 실현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끊임없는 자기비판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심리적인 소진을 가져와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마치 고장 난 내비게이션처럼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해서 계속 "넌 틀렸어!"라고 소리치기만 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길을 찾아 나설 에너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혹독한 비판에서 벗어나는 열쇠 '자기 자비'

그렇다면 이 혹독한 자기비판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실패 앞에서도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열쇠는 바로 '자기 자비'에 있습니다. 자기 자비란 마치 가장 친한 친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가 그 친구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 이해와 공감을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베푸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현실을 회피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와 고통 역시 인간적인 경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그런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적극적이고 건강한 마음가짐입니다.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연습 : 자기 자비 실천법

내 감정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독이기 실패했을 때 드는 실망감 속상함 부끄러움 분노 등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해"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 "애썼는데 결과가 이렇다니 속상할 만해"라고 스스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독여주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그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죠. 마치 어린아이가 넘어져 울 때 "울지 마!"라고 다그치기보다 "많이 아팠지? 괜찮아"라고 안아주는 것처럼 내 안의 상처받은 감정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세요.


혹독한 내면의 비판가와 거리두기

우리 마음속에는 종종 지나치게 비판적인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이 목소리가 들려올 때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생각'일 뿐임을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아 내가 지금 나를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관찰해 보세요. 그리고 그 생각에 반문해 보는 겁니다. "정말 그런가? 이번 일은 잘 안 됐지만 과거에 내가 성공했던 경험은 없었나? 이 실패가 내 존재 전체를 규정하는 건가?" 이렇게 비판적인 생각에 건강한 거리를 두고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것이죠.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실패는 나만 겪는 특별하고 끔찍한 사건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며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와 실수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조차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내가 겪는 어려움이나 실패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보편적 인간성'을 떠올릴 때 우리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나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겠지."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에 초점 맞추기

우리는 종종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에 더 집중해 보세요. "비록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 일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혔어." "결과는 아쉽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내 모습은 칭찬할 만해." 이렇게 과정 중심의 평가는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줄여주고 다음 도전을 위한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피드백'이 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돌봄의 시간' 갖기

실패로 인해 마음이 지쳤을 때는 의식적으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내가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보세요.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은 '나는 소중한 존재이며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완벽주의 내려놓고 '충분히 괜찮음' 받아들이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이 성장의 동기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완벽주의는 오히려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작은 흠결도 용납하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아'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됐어'라는 유연한 생각을 가져보세요. 작은 성공들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격려할 때 우리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하듯 나에게 말 걸기

만약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당신과 똑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힘들어한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해줄 건가요? 아마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자책하지 마. 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며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할 것입니다. 바로 그 말을 그 다정한 목소리를 나 자신에게도 들려주세요. 우리는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유독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한 친구처럼 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패는 성장의 또 다른 이름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실패는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성장을 위한 귀중한 교훈을 담고 있는 선물 보따리와도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 앞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는가입니다. 혹독한 비판 대신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보낼 때 우리는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연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예전처럼 자신을 심하게 다그치는 순간도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이 글을 떠올리며 아주 작은 실패 앞에서라도 스스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건네보는 작은 시도를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멋진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세상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지지하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 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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