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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생각의 고리 끊어내기

내 마음의 날씨를 바꾸는 작은 시도들

by 읽어봐요

혹시 그런 날 없으신가요?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날 말이에요. 어제 했던 사소한 실수가 밤새 이불킥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불안이 오늘의 평화를 좀먹는 그런 순간들.


마치 원치 않는 그림자처럼, 이 부정적인 생각들은 스멀스멀 다가와 우리의 기분과 에너지를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이곤 합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끈적한 거미줄 같기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속에 갇힌 것 같기도 하죠.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꼭 엄청난 사건이나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사소한 오해, 작은 실망, 남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혹은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그런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다가 어느새 부정적인 해석의 틀을 만들어 버린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한번 만들어진 생각의 길은 너무나 익숙해서,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마다 같은 어두운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죠.


이런 불청객 같은 생각들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려 눈을 질끈 감아보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구호를 외치며 억지로 밝은 생각을 덮어씌우려 안간힘을 써본 적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생각들은 우리가 힘주어 밀어내려 할수록 더 끈질기게 달라붙고, 저항하면 할수록 더 큰 목소리로 우리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생각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결국 남는 건 지친 마음뿐이죠. 이 끝없는 싸움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 지긋지긋한 생각들과 정면으로 싸우는 대신, 조금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어차피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완벽히 통제하거나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이 생각들과 나 사이에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마치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듯, 내 안의 생각들도 그저 ‘지나가는 풍경’ 중 하나로 바라보는 연습이에요. 그 생각의 폭풍우 속에 온전히 휩쓸려 들어가는 대신, 한 발짝 떨어져서 ‘아, 지금 이런 생각이 내 마음을 지나가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이것은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심리 기술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사소하고 어설픈, 저만의 작은 실험들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유난히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 때, 저는 속으로 그 생각에 이름을 붙여줘요. ‘아, 또 ‘미래 걱정 시나리오’가 상영 중이네’ 라거나, ‘이건 ‘과거 후회 되감기’ 패턴이군’ 하는 식으로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면, 그 생각의 막연한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 생각에게 부드럽게 질문을 던져보기도 해요. “네가 하는 말이 정말 100% 사실이니? 혹시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하고요. 공격적으로 따지거나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하듯 접근하는 거죠. 그러면 종종 생각보다 그 믿음이 단단한 근거 위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가장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생각의 소용돌이가 너무 거세다 싶을 때 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쉬거나, 주변의 소리, 창밖의 풍경, 손끝의 감촉 같은 아주 현재적인 감각에 집중하는 거예요.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에 작은 닻을 내리듯, 현재에 마음을 붙들어 매는 거죠. 그러면 격렬했던 생각의 파도가 조금씩 잔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에요. 어떤 날은 제법 효과가 있다가도, 어떤 날은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두 번의 시도로 모든 것이 바뀌리라 기대하기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을 꾸준히 ‘연습’하는 과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다그치기보다, ‘또 이런 생각이 찾아왔구나, 마음이 힘들겠네’ 하고 다독여주는 자기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요.


제가 이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거나, 어떤 특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저는 자주 흔들리고, 때로는 생각의 늪에 발목까지 빠지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런 저의 서툴지만 솔직한 분투의 기록이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작은 실험 노트 같은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어두컴컴한 생각의 터널을 각자 걷고 있지만, 서로의 작은 불빛들을 멀리서나마 발견하며 ‘혼자가 아니구나’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완벽한 해답이나 지름길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제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속 먹구름에 아주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줄기 햇살이라도 스며들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오늘, 당신을 찾아온 그늘진 생각 앞에서, 아주 작은 틈이라도 한번 만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그 작은 시도들이 모여,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내일의 풍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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