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중함을 알아가요.
"날씨가 맑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거창한 무지개를 좇느라, 발밑에 피어난 작은 들꽃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크게 성공해야 해’, ‘더 멋진 곳에 가야 해’, ‘더 특별한 경험을 해야 해’… 이런 생각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립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정작 내 마음을 채워줄 따스한 무언가는 놓쳐버린 채, 왠지 모를 허전함과 피로감만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곤 하죠.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듯합니다. 더 높은 성취, 더 많은 소유, 더 화려한 경험들이 마치 행복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제시되곤 하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상의 작고 평범한 순간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때로는 시시하게 느껴져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언젠가 큰 행복이 오면, 그때 만끽하리라’ 다짐하면서, 우리는 눈앞의 소중한 반짝임 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아왔을까요?
하지만 정말 행복은 저 멀리, 아주 특별한 곳에만 존재하는 걸까요? 저는 어느 날 문득, 그런 거창한 행복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숨겨둔 보물을 찾듯, 제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제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작지만 분명한 기쁨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음미하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거창한 행복이 높은 산 정상에 핀 한 송이 꽃이라면, 소확행은 집 앞 골목길 담벼락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 한 송이 같은 것이죠.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후자는 제가 원할 때 조금 더 쉽게 다가가 향기를 맡고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제가 요즘 새롭게 발견하거나, 혹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 음미하는 소확행들은 이런 것들이에요.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후에 찾아오는 잠깐의 정적 속에서 창문 너머 들어오는 햇살이 제가 아끼는 오래된 책상 모서리를 따스하게 비추는 그 특정 각도를 발견했을 때. 그 빛은 마치 ‘괜찮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말해주는 듯 포근합니다.
또는, 하루 종일 신경 쓰였던 복잡한 매듭, 예를 들어 잔뜩 엉켜버린 목걸이 줄이나 이어폰 줄을 마침내 인내심을 가지고 풀어냈을 때 느끼는 그 작은 해방감과 성취감. ‘해냈다!’는 속마음의 외침과 함께 찾아오는 만족감이 있죠.
늦은 밤,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위해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을 때, 살짝 서늘함이 느껴지는 베개의 다른 쪽 면을 찾아 머리를 기대는 그 순간의 아늑함.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정말 예상치 못했던 순간, 예를 들어 바쁜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늘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했던 거리가 아주 잠깐, 신기루처럼 완벽한 고요에 잠기는 찰나를 경험할 때.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그 짧은 비현실적인 평화가 묘한 위안을 줍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외투 주머니 속에서, 예전에 넣어두었던 작은 초콜릿이나 사탕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도 빼놓을 수 없죠. 마치 생각지도 못한 작은 선물을 받은 듯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이런 순간들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바쁘고 때로는 버거운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고, ‘아, 그래도 삶은 이런 작은 기쁨들로 계속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쉼표가 됩니다.
소확행을 재발견한다는 것은, 결국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인 것 같습니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순간들에 잠시 멈춰 서서, 나의 감각을 열고,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죠. 그것은 거창한 명상이나 수련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하는 머그잔의 매끈한 감촉을 느끼거나,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새로 산 양말의 보송한 느낌을 즐기는 아주 작고 일상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소확행’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순간들을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마치 나만의 비밀스러운 보물 지도를 만들어가는 것처럼요.
어쩌면 행복은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만나는 화려한 휴양지 같은 것이 아니라, 매일 걷는 그 길 위에서 발견하는 예쁜 조약돌이나 향기로운 들꽃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작은 기쁨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의 여정을 생각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당신의 하루 속에는 어떤 소확행이 숨어 있었나요?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분명 당신의 미소를 자아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빛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보석을 찾아내는 기쁨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오늘이 어제의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하루가 되는 것처럼.
천 억을 준다 해도, 내일 죽어야 한다면 받지 않는 것처럼.
그렇기에 우리의 오늘이 천 억보다 값진 것처럼.
오늘 하루는 소중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