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 사유하기 20240311
오늘따라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말이 있어 글로 남긴다. 한 때는 애틋했던 사람이 해준 말. 이 글에선 그 사람을 A 씨라 한다. 내가 눈을 깔고 담담히 '당신만큼 날 사랑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함께하고 싶다.)......'라고 하자 그 사람은 '경험해 봤으니 또 그런 사람 만나야 해.' 했다. 내가 한 말엔 과장이 없다. 뭐랄까, A 씨의 온몸에 나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찬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몇 년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날 사랑할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는 줄 알았으나 눈앞의 타오르는 열정에 잠시 마음과 정신을 빼앗겼었다.
요즘 읽는 책이 있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아래는 오늘 읽은 부분
무비판적으로 직관적 답을 내놓는 사람은 시스템 1의 다른 판단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특히 이들은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즉각적인 만족을 얻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직관적 답을 내놓은 사람의 63퍼센트가 다음 달에 3,800달러를 받느니 이번 달에 당장 3,400달러를 받는 편이 낫다고 대답했다. 세 문제 모두 정답을 내놓은 사람 중에서는 37퍼센트만이 적은 돈이라도 당장 받겠다는 근시안적 선호도를 보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또는 애정에 대한 욕구가 너무 높을 때 만난 사람은 쓰레기일 확률이 높다.'는 연애 격언 급의 말이 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잘 찾아낸다고 한다. 그런데 꼭 자존감이 후져지고 애정결핍에 시달리지 않아도 날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왜냐면 각자 자신의 연애사를 돌아봤을 때 '스쳐 지나간 모든 연애에서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라고 할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 한다면 그저 불안정 애착일 가능성이 높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경험은 흔치 않고 진심으로 날 사랑해 주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흔치 않다.
종종, 상대도 나를 그리 뜨겁게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나도 상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만나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위에 적었듯이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가끔 티브이에 그런 걸 바란다는 사람이 나오면 너무 큰 비웃음을 산다. ) 그래도 내 짝은 찾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있다가 시간이 훅 가버릴 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어차피 감정은 식는다는 말도 있고 어떤 연구 결과를 봤는데 행복한 연애의 조건 1위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었던 게 생각난다. 귀에 진물 이 나도록 많이 들었는데, 나를 향한 감정보단 본질이 괜찮은 사람, 거기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을 골라야 된단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 많이 흔들린다. 하루빨리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야 될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좋은 사람,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A 씨의 경우가 그랬다. 좋은 사람(피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인격이 성숙한 사람)도 아니었고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진정한 사랑을 찾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 부분을 따온 이유는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이슈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나가서 괜찮다 싶은 사람 찾으면 만나보기'와 '인내심 갖고 영원히 못 잊을 만한 사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 전자는 불안감을 달래고 이성에게서 느껴지는 설렘을 얻을 목적이 크므로 시스템1(자극에 빠르게 반응하여 직관에 따라 행동함)이 만족할 것이고 후자는 시스템2(곰곰이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함)가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시스템1은 욕구불만 상태에 놓인다.
예전엔 그저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고 '연애각'이 잡히면 (저 책의 표현대로라면 '시스템 1이 반한다면') 곧장 사귀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스템 2가 개입을 많이 한다고 해야 하나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이러는 건 저 책에 나오는 대로 자기 통제력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두려움이 많아 회피성이 높아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