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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주하 Sep 30. 2023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딸을 어떻게 피말리는가(2)

나는 스케이프고트, 트루스텔러

*스케이프고트: 스케이프고팅을 당하는 대상. 누군가를 스케이프고팅한다는 것은 모든 잘못에 대한 탓을 돌리면서 그 대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다.

나는 스케이프고트로 살았다.


다른 한편,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자녀, 즉 부모보다 똑똑하고 남들에게 인정과 관심을 더 받는 자녀 또한 스케이프고트가 될 수 있다. 특히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부모 같은 경우 자신이 평소 저지르는 우둔한 행동에 대해 자녀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보다도 더 성숙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 같으면 무능감이 자극되어 자녀가 눈엣가시가 될 수 있다.
-도서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원은수 지음)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괴롭힘은 꾸준했으나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극심해졌다. 어릴 적부터 나는 엄마에게 '바른말하는 사람'이었으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진 그리 큰 가시가 아니었던 듯하다. 나는 학창 시절 땐 운동선수였었다. 그땐 눈에 띄는 성적도 내지 못했고 여기저기서 구박받는 포지션이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해서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하고 칭찬도 많이 받자 엄마는 말 그대로 '폭주'하였다. 본인이 고졸이라는 열등감이 자극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매일 같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안다, 회사에서 대졸자 동료들이 대졸이라는 이유로 유세 부린다, 대학 졸업하는 것보단 고졸만 하여 공장 가는 게 더 낫다 등등....... 신경이 매우 쓰였지만 고졸의 삶이 불합리하고 팍팍하긴 하니 그냥 한탄하는 건가? 싶었는데 내가 학업을 반쯤 포기하며 휴학하자 그런 말들을 뚝 멈추었다.


큰 남동생은 '골든 차일드'였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자녀가 바로 골든 차일드이다. 부모가 모든 관심과 찬사, 그리고 시간과 자원이 골든 차일드에게 할애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골든 차일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자신을 가장 빛내줄 자녀이다. 즉, 외모가 출중하거나, 공부나 예체능에 뛰어나 사회에서 칭찬받을 요소가 많은 자녀이다.
.......
골든차일드에게는 부모의 자기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프라이 역할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골든차일드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 대우를 받고, 집안 전체가 골든 차일드 위주로 돌아간다.
-도서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원은수 지음)



 아빠는 큰 동생을 자기를 빛내줄 존재로, 엄마는 본인을 무시당하지 않게 해 줄 존재정도로 여겼다. 고등학생 때였나, 엄마는 나한테 와서 '00 이가 나한테 엄마, 나한테 투자해줘. 나중에 엄마 책임질게.'라고 했다고 전달했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아 그런 말을 했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큰아들은 나를 부양할 의지가 강하니 대놓고 특별대우하겠어.' 이런 뜻이었다. 나한텐 월 10만 원 하는 독서실을 결제해 달라고만 해도 소리를 빼액 질렀으나 큰 동생에겐 월 100~200을 수년 간 쓰고도 '부담되지만 마음 같아선 더 해주고 싶다'란 스텐스를 취했다. 마음으로 부담되는 게 아니라 정말 실질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한 번은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을 받아 동생 회비를 내준 적도 있다.

 돈뿐만 아니라 큰 동생의 기를 죽이거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다. 17살 때였나, 큰 동생은 내 허벅지를 만지며 누나는 여자라 살느낌이 어떻다는 둥의 성희롱을 했다. 그걸로 큰 동생과 대판 싸웠는데 후에 엄마가 와서 정말 충격적인 말을 했다.

동생이 네가 좋아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놀랍지만 실화다.

 엄마카드로 수십만 원 유흥비로 써도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라거나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 공감능력 뿜뿜 하며 감싸주었다. 몇 년 전엔 5000만 원인지 6000만 원인지하는 중고 외제차를 사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는 (거의 적극찬성하다시피 하며) 명의를 빌려주었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월 150이라고. 참고로 우리 집 50만 원짜리 월세 산다.


모두 순전히 부모가 정해 놓은 역할이다.


영웅과 희생양이 역할은 자녀들이 아주 어렸을 때 이미 오롯이 엄마가 자기 자신을 위해 정해놓은 구분이다. 자녀들의 의지나 노력으로는 이 구도를 바꿀 수 없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어린아이들의 기질을 보고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도전할 것 같은 아이를 희생양으로 정해서 미리 짓밟아놓는데, 이때 대략적인 기준이 있다.

첫째, 형제 관계가 남매일 때 주로 아들이 영웅이 되고 딸이 희생양이 된다.
둘째, 동성인 딸은 남편의 관심을 놓고 싸우는 경쟁 상대로 생각한다. 또한 영웅인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가 질투와 공격 대상이 된다.
셋째, 형제 관계가 자매일 때, 주로 첫째가 영웅, 둘째가 희생양이 된다.
넷째, 형제 중에서 주로 약한 쪽이 영웅이 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똑똑한 아이가 희생양이 된다.

......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이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자신에게 도전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죄책감을 심어놓고 아이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데 열심이다. 자존감이 낮아야 쉽게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썸머 지음)

큰 동생은 어릴 때 산만하고 충동적인 기질이 강해 주변에 피해를 많이 주고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그게 어릴 적 본인들 같아 보였는지 더 강하게 '본인의 연장선'으로 여긴듯하다. 엄마는 어릴 적부터 야무지다, 똑 부러진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던 나를 불편해했다. '네가 뭐 별거라도 되는 줄 알아? 넌 이런 대접이 딱이야.'라는 식의 태도를 자주 보였다. 지금 생각나는 건 수능 보는 날 (심지어 난 수시원서를 한 장도 넣지 않은 정시러였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사가서 먹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본인 조카들은 다 그랬다나 뭐라나.


그냥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위협이 될만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말만 기분 나쁘게 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로서 함께 사는 가족으로써 최소한의 의무도 하지 않은 적이 많다.

  14살 땐 위경련이 일어나서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있었는데 엄마에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자. 택시를 타고 가야 해서, 응급실에 가야 해서 돈이 많이 든다며 가는 동안 계속 소리 지르고 화를 냈다.

17살 땐 폭우와 낙뢰로 인해 전철 운영이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시간은 밤 10시가 훌쩍 넘었고 용돈을 준 적이 없으니 나에겐 택시를 탈 돈이 당연히 없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처음엔 '어머어머 어떻게 해!' 하다가 내가 도와달라고 하자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거야?' 하고 화를 내며 뚝 끊어버렸다.(지금 와서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정말 방법을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몇 년 전엔 집 밖으로 뛰쳐나간 강아지를 잡으러 가다가 다리가 골절되었다. 물론 댕강 부러진 것은 아니었으나 골절 진단이 나왔다.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다친 걸 눈앞에서 본 엄마는 별 일 아니란 반응을 보였다. 병원에 가서 골절이란 말을 듣고 반깁스를 했는데도 '골절이 된 것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며 병원에 못 가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트루스텔러'역할을 했다

이건 나의 성격적, 성향적 특성인데 남 비위 맞추는 걸 잘 못한다. 엄마에게도 늘 입바른 소리를 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트루스텔러들을 정말 미친 듯이 싫어한다고 한다.  나는 최근 몇 년 간 주로 큰 동생의 비행에 관해서 직언을 퍼부었는데, 엄마는 이걸 듣고 자극을 받아 큰 동생을 광적으로 감싸다 못해 비행을 옹호하고 (면허가 없는 채로 운전을 해도 '무면허 운전하는 사람도 많긴 하다.'라고 말하며 감싸는 식. 본인 피셜 동생을 회유하기 위한 방법이란다.) 나를 싫어하여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풀압박'했다.



엄마가 트루스텔러인 나에게 사용한 괴롭힘 테크닉들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써보겠다.

사진은 나를 서서히 말리는 엄마가 숟가락 살인마처럼 느껴져서 넣어보았다.(ㅋㅋ)


참고: https://blog.naver.com/iamawriter/222952814467 

나르시시스트 부모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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