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 있음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감상 글입니다. 스포 있어요.
한 줄 평 : 나의 쌍둥이 대상은 누구일까?
나는 ‘테일 오브 테일즈’ 영화 속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나는 맨 처음 나온 롱트렐리스(배우 셀마 헤이엑) 여왕에 시선이 갔다. 그녀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한다. 낯선 이가 여왕 부부에게 와서 말한다. 바다 괴물의 심장을 살아있는 상태로 가져와 처녀가 요리한 다음 여왕이 그것을 먹으면 임신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쳐 괴물을 죽인다. 그녀는 자신이 자녀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할 뿐 죽은 남편의 육신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바다 괴물의 심장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에서 그녀의 욕망이 거침없이 표현된다. 바다 괴물의 심장을 요리한 처녀도 여왕과 동시에 임신하여 왕자와 외모가 똑같은 아이를 낳는다. 둘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16년 뒤, 여왕은 미로에서 ‘엘리아스’라고 부르면서 아들 뒤를 쫓는다. 그녀가 엘리아스를 부르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하다. 마치 애인과 잡기 놀이를 하는 듯하다. 아들은 자기를 따라오는 엄마를 뒤로한 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조나의 말을 타고 함께 바다로 향한다.
코헛은 자기심리학에서 자기애가 발달하기 위해 쌍둥이 대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다 히데키의 ‘잠시만 기대겠습니다’에서 쌍둥이 대상은 자신과 비슷하여 나와 가까운 존재로 느끼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한 아이가 나 오늘 떡볶이 먹고 싶어 하면 친구가 나도! 하며 함께 먹거나 닮은꼴로 옷을 입거나 같은 폰을 쓰거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등이 예가 된다.
여왕은 아들 엘리아스와 아들과 똑같이 생긴 조나가 어울리는 걸 견디지 못하고 둘을 억지로 떼어놓는다. 여왕은 아들의 독립을 막고, 아들이 쌍둥이 대상과 함께 성장하는 게 못마땅하다. 엄마인 자신이 아들과 유일하게 친밀해야 하는데 엘리아스에게 쌍둥이 대상이 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도 쌍둥이 대상이 필요했다. 아들이 남편이자, 애인이었다. 결국 아들이 조나를 구하러 가자 조나를 죽일 결심을 한다.
그녀의 세상에는 아들밖에 없었기에 사무치게 외로워 보였다. 엄마의 고독 속에 어떤 게 있어야 조나를 질투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세상이 자기 거였고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어떻게 해야 아들이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을까? 아들이 떠나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걸 알았을 텐데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마음은 어떨까? 백설 공주의 왕비가 진실의 거울 앞에 대면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자녀가 생긴다면 너는 어떨 것 같니?”, “자녀를 통해 네가 얻고자 하는 건 뭐였니?”,라고 말이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을 빼고 줄거리를 만들어본다. 여왕이 마녀로 둔갑해 화형, 참형을 당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만약 여왕이 지위를 잠시 잊고 자신과 동시에 임신, 출산을 경험한 조나의 엄마와 어울릴 수 있다면? 여왕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요리하고 만들 수 있다면? 백성의 가난과 고통이 무언지 알려했다면? 그녀는 혼자만의 성에서 빠져나와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고 마음에 드는 남성과 자유롭게 즐기지 않았을까? 엘리아스가 형제와 같은 조나와 함께 살도록 허락했으면 어땠을까?
여왕 스스로 가둔 벽에 막혀 아들 외의 다른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거울 속 자기는 봤어야 했다. 나의 눈 속에는 왜 아들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거울 속 나에게 묻는다.
“네 눈에는 누가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