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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08. 2018

감정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 공감, 셀프 쓰담쓰담이 중요해요!



과한 감정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유씨(가명)가 몸이 아 병원에 다녀오느라 상담에 좀 늦었다고 합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잠깐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러던 중 자기가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는데 “감기 걸려서 몸이 안 좋아.” 라고 했는데도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서운하고 화가 났다고 합니다.





  지유씨의 반응이 다소 과도해 보였습니다. 상담시간이 끝날 때라 저는 잠시 고민했어요. 중요한 얘기가 나와 길어진다면 흐름을 끊고 다음 상담시간에 더 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짧게라도 듣고 마무리할지 고민하다 한 번 물어봅니다.





  “뭐 때문에 그렇게 서운했을까요?” 했더니 잠시 생각합니다. 불현듯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한 번은 아파서 죽을 뻔했었어요. 심한 감기몸살이었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누워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가 그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아서 온 힘을 다해 엄마, 아빠를 불렀어요. 그런데도 오지 않으셨어요.” 얘기하며 오열했습니다. ‘나는 죽을 것 같은데 살펴보지 않으실 수 있지? 내 목숨만큼 중요한 게 있나?’ 하면서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도, 용서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도 그 얘기를 들으며 적잖이 놀랐습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건강과 안전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최소한의 보호도 없었으니 얼마나 한스러웠을까요? 상담이 끝날 시간이 지났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기억나지 않았던 묻혀 있던 그 일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거예요.


과한 감정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나에게 주는 자극보다 더 센 감정이 물밀듯 밀려오면, 정확한 이유를 몰라도 내 감정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느껴주세요. 그걸 알아차리면 또 사라집니다.





  식사 자리에서 보여준 지유님 행동은 혼자 서운하고 삐쳐서 말없이 밥도 남긴 채 자리를 뜹니다. 알 수 없는 불편한 마음에 회피해 버린 거죠. 십년 전 죽음에 대한 공포감, 부모님의 행동에 대한 분노감이 나도 모르게 가족을 피하게 만들었어요. ‘어차피 나는 혼자야. 아픈 건 스스로 챙긴다.’는 생각도 그쯤부터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이때부터 지유씨는 중요한 결정이어도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고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지유씨처럼 감정의 노예처럼 내가 감정에 끌려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정황상 10점 만점에 2, 3점만 되어도 될 것 같은 짜증이나 화가 8, 9점으로 확 치솟으며 느껴져 스스로 당혹스럽거나 의아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과도하게 행동해서 상대방이 낯설어 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잠깐 멈춥니다. 마음속으로 Stop! 이라고 외쳐도 좋아요.





  감정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냅니다. 나에게 감정을 알아차리고 봐달라고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자기 비하, 비난, 자책으로 갈 수 있거든요. 습관적으로 자기를 탓하는 말을 하기 전에 그만! 이라고 멈추고요.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한 상처를 내기보다 셀프로 쓰담쓰담하는 거죠.





  ‘무슨 일이지? 내가 원래 이렇게 무례하지 않았는데?’, ‘나는 욕하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욕이 나오다니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스스로 물어보면 됩니다.




  이유를 찾다보면 타당한 근거가 나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이유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기억나진 않지만 저 무의식 깊은 곳에서 상처가 건드려지거나 자기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하나의 가정은 그동안 감정을 많이 참았다, 억압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감정이 널뛰고 기복이 심해질수록 자기 편을 들어주세요. 내가 먼저 내 편이 되고 나면 그 다음 행동은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감정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공감이 잘 되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구하지 않습니다.  

자기와 자주 대화하고 어떤 욕구와 충동도 편들어주면 타인이 내 편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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