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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05. 2018

우리 모두의 지영씨에게.

82년생 김지영


82년생 지영씨에게.


‘82년생 김지영’의 지영씨처럼 자기가 되지 못 한 사람들이 상담센터에 내담자로 많이 옵니다.


상담센터에 오는 일부 여성분들은 ‘82년생 김지영’씨처럼 그저 우연히 살아남았습니다. 

나는 수많은 상담사례에서 들었습니다. 자신이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며칠 동안 목욕을 안 시켰다, 죽으라고 방구석에 먹을 것도 안 주고 방치했다, 아버지가 포장마차 가서 혼자 소주를 마셨다, 어머니는 실망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등입니다. 


이런 얘기를 한 여성분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낮았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부모와 자기와의 경계가 희미했고 과도하게 희생하는 편이지요. 어릴 때부터 다 큰 아이처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편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에 민감하며 일찍부터 독립적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거절을 잘 못 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신세지지 않기 위해 꽤 이른 나이부터 자기 앞가림을 합니다. 왠지 모를 부모님과의 거리감, 이유를 알 수 없는 한스러움, 억울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다 자신이 아이를 갖거나 키울 때 나는 누구지? 라는 청소년기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과연 '나'는 누굴까? 한 번도 '자기'다운 나로 살아온 적이 없이 '내'가 아닌 '딸 노릇'하며 살아온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지? 그 동안 살아왔던 나는 내가 아닌가? 혼란스러워합니다. 



내가 태어날만한 존재였다는 걸 부모에게 증명해보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삽니다. 

하지만 그것은 왠지 애쓰면 애쓸수록 속은 허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남자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부모의 마음에 들기 어렵다는 거지요. 소설에서 나오듯 자신의 삶에서 정답이 없는 문제를 열심히 푸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이러한 여성들 중 자기를 잘 이해하고 ‘나’를 찾고, 부모에게 적절하게 분리, 독립해 잘 살아가는 여성들도 물론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희생하고 있는 이유를 깨닫고, 내가 왜 이렇게 열심인지, 자꾸 쉽게 지치는지를 알아차리는 데까지는 보통 성인 이후까지 몇십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처 경험은 보통 여성들은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인 20대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이런 여성분들과 상담하면서 이야기 나눕니다. 


남성 여성을 떠나 나는 그저 '나'로 존재하면 된다고요.


이중적인 잣대로, 사회의 편견으로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도록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등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때 그때 시시각각 날씨처럼 달라지는 감정과 욕구에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연습하다 보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분리해서 알아차리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할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경험과 상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것은 가족, 친구 등 믿을만한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혼자 하기 어렵다면, 언제든 가까운 심리상담센터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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