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놀이에 이런 의미가!

책 놀이의 언어 - 아이들은 놀이로 말해요. 놀이 속 상징을 찾아봐요.

by 투명서재

놀이의 언어

부제 : 어린이 마음을 읽는 놀이치료 언어의 이해

정혜자 저. 교양인. 2018년 07월 30일


한줄평 : 내 아이의 놀이에 이런 의미가!

아이들은 놀이로 말해요. 놀이 속 상징을 찾아봐요.




나의 첫 출산은 세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은 급속분만이었다.

아기를 내보내려고 배에서 아래로 힘을 밀어낸 단 세 번 만에 아기가 나오려 했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분만실에는 간호 수련생만 있고 의사가 아직 도착하질 않은 급박한 상황이었다. 간호사가 호출하고 의사는 가운을 입자마자 나오려는 아기를 정신없이 받았다고 한다. 우리 아기는 엄마와 만나려는데 간호사가 손으로 그 길을 막고 있으니 얼마나 무섭고 답답했을까... 나는 나대로 힘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길게 느껴졌던 그 시간이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단 몇 분 정도였다고 해서 놀랐다.


아이가 26개월쯤이던가. 장난감 중 ‘러닝홈’이라는 당시 국민 문짝이 있었다. 문을 30도 각도로 열어놓은 채 아기 인형 머리를 문틈에 끼워 넣더니 가만히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저기서 인형 놀이 하나보다.’ 하고 지나쳤다. 아이가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자기 출산 상황을 재현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상담심리대학원 재학 때 ‘놀이치료’ 수업을 들었다. 놀이치료 분야의 대가이신 정혜자 선생님께서 아동심리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주셨는데 몇 년 뒤 아이를 출산할 당시까지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이가 문 사이에 끼워놓은 인형을 보고서야 정혜자 선생님의 놀이치료 수업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자신의 임신, 출산시 트라우마를 반복적인 놀이로 치유한다는 내용이 기억났다. 정혜자 선생님과 놀이치료 선생님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보았다. 엄마가 보여주는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도 눈빛이나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우선 나는 아기가 느꼈을 놀라고 답답하고 충격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느끼려 했다. 어떤 때는 “인형이 얼마나 아플까?”, “우리 아기 인형한테 어떻게 해줄까?” 하고 물었다. 아이는 출산 당시처럼 얼어있고 두려운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아기 인형을 천천히 꺼내줘 안아 어르고 달래고요. 우리 아기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고 말이다. 아이는 그 장면을 여러 번 연출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놀이로 전환했다.


정혜자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발달하는 데는 다음의 12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놀이치료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과연 우리 아이는 단계별 성장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 있을까?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발달한다. 발달에는 직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진과 퇴행을 반복한다. 특히 신체, 심리적인 상처가 있었던 단계에 머물러서 성장 작업을 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아래 글은 책 ‘놀이의 언어(정혜자, 교양인 출판사, 2018)’에 나온 내용이다.


1. 우주적 존재일 때를 암시하는 놀이(놀이의 언어 46~54p.)


이 시기에 어린이에게 사용 빈도 높은 놀이감은 고생대의 공룡, 파충류, 초능력이 있어 어떤 전투에서라도 목숨을 잃는 일 없이 승리로 결말을 이끄는 로봇,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가공의 인물 캐릭터가 많은 관심을 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은 공룡, 로봇이 대표적이다.


2. 개별적인 자기로 분화하는 것을 암시하는 놀이(놀이의 언어 54~58p.)


어린이들의 놀이에 많이 등장하는 이상적 자기상에 관한 예는 석가나 예수 같은 성인, 헤라클레스나 주몽 같은 전설적 영웅, 애국적 인물, 상상의 동물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이처럼 자기를 비유하기에 적합한 구체적 캐릭터가 등장한다. ‘꽃 중의 꽃’이나 ‘별 중의 별’이라고 자기를 강조한다. 실제 아이들은 자기를 꽃이나 별로 강조하여 그림을 그린다. 어떤 그림이나 놀이든 주인공이 나타난다.


3. 엄마의 자궁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는 놀이(놀이의 언어 58~60p.)


음양이 결합하여 잉태 공간으로 들어가는 조짐을 놀이로 표현하는 예는 많다. 상징의 예로 산타할아버지에게 거룩한 선물을 받는 이야기, 영웅으로 태어나는 탄생 신화 등이다. 이 때 아이는 보석함을 갖고 싶어 했다. 보석함 속 보석이 마치 자궁 안의 자기처럼 느껴졌던 걸로 보인다. 잉태하는 것 자체가 마술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어 마술사에 관심이 많다.


4. 음양의 결합을 암시하는 놀이(놀이의 언어 60~65p.)


대표적인 놀이로는 골프, 농구, 축 같은 공놀이처럼 공이 좁은 구멍에 들어가거나 과녁을 겨냥하는 활이나 총 쏘기, 다트 놀이, 전통 투호나 고리 던지기가 있다.

5. 잉태되었음을 알리는 놀이(놀이의 언어 65~72p.)


아이들이 좋아하는 낚시, 전화 놀이도 낚시 줄과 전화선이 탯줄로 이어져 자신과 엄마의 교감을 나타낸다.

6. 배아의 시기를 암시하는 놀이


이 시기에 가장 잘 연상되는 것은 비눗방울인데, 여러 거품이 관 끝에 함께 뭉쳐 매달려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듯 만들고 놀면 마치 이 시기의 세포 분열처럼 보인다. 어린이들이 비눗방울을 불어 만드는 놀이를 즐겨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7. 착상 과정을 표현하는 놀이


자궁벽의 안정된 장소에 뿌리를 내려 임신 기간 전반에 걸친 안전을 담보할 기반을 다져야할 시기다. 모래를 파거나 모래 안에 씨앗, 돌, 인형 같은 자기를 상징할만한 무언가를 자꾸 묻으려 한다면 이 시기의 상징으로 추측한다.


8. 태아의 성장을 암시하는 놀이


자궁에서의 경험을 재건하는 시기다. 놀이와 일상에서 치료자, 자신, 그리고 엄마와 자신이 일심동체라는 느낌을 자주 표현한다.


9. 출산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자궁을 벗어나 세계에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경험이다. 아이들은 출산 상황을 재현하는 놀이를 무수히 반복한다. 출산 상황이 위험했고 아기가 트라우마를 겪었다면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과 놀이가 아주 치열하게 여러 번 나온다. 출산을 암시하는 놀이 언어 중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은 풍선을 빵빵하게 불어 터뜨리는 놀이다.


10. 엄마와 심리적 애착을 이루는 시기의 놀이


신생아 시절 캥거루처럼 엄마 품에 밀착하여 애착을 형성한다. 이 시기에 두드러진 놀이는 아기를 돌보는 놀이다. 유아들은 아기 인형을 정말 자기인양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아플 때 돌본다. 일상생활에서 애착관계를 더 단단하게 맺을 때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보인다. 아기 때의 말투나 행동, 젖꼭지나 우유병, 동생이 있는 경우 동생의 놀이감과 분유 등 아기용품에 관심이 많다.

11. 이기심(자기애로 볼 수 있음)의 출현을 암시하는 시기의 놀이


이 시기의 자기 인식을 자기중심적 특징이 있다. 고집, 반항이 늘고 점토 놀이를 자주 한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자주 하는 손도장, 발도장 찍기나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처음 남기는 것처럼 자기 흔적을 남기는 걸 즐긴다.


12. 성 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의 놀이


어린이들은 엄마와의 애착이 잘 맺어지면 아빠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 성별 차이와 자신의 성별에 대한 인식이 싹튼다. 자주 등장하는 게 역할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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