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서재 Mar 02. 2023

죽은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더뎌도 차곡차곡, 로드킬 예방 


죽은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 더뎌도 차곡차곡, 로드킬 예방



퇴근길 밤에 운전하던 중이었다. 달리는 차 2미터 정도 앞에 네 발 달린 검은 실루엣이 쏜살같이 도로 위를 가로질러 뛰어간다. 고양이였다. 보자마자 속도를 줄이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너는 운 좋게 살아남았구나.’ 


어느 날 아침 6시 30분쯤 운전 중에 고양이가 팔 차선 도로 한가운데 누워있는 걸 발견했다. 마침 차가 없었고 횡단보도 근처라 지나칠까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상등을 켜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가보았다. 이미 몸은 굳었고 벌어진 입에 잇몸이 돌출되어 있었다. ‘죽었구나.’ 보통 밤이나 새벽에 치이는 경우가 많아 몸은 이미 뻣뻣하다. 시청 민원 전화로 로드킬 신고를 했다. 


이렇게 두면 도로의 사체가 어느 위치에 누워있는지에 따라 자동차 바퀴에 살점과 피가 점점 묻어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오지랖을 떠는 이유는 만에 하나 고양이가 살아있을 경우, 속도 내며 지나다니는 수많은 차량 소음과 거대한 물체의 압력 때문에 잠시라도 공포에 떨지 않을까, 얼마나 여러 대의 차체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될까 싶어 빨리 죽음을 바랄 것 같아 지나치기 어려웠다.


지방 도로, 시내 도로 할 것 없이 죽임을 당한 고양이를 수없이 보았다. 어느 때는 새끼 고양이, 온통 까만 고양이, 삼색 고양이, 등이었다. 고양이 사체를 목격한 이후 같은 길을 운전할 때마다 마음속에는 그 녀석들의 하얀색 실루엣 선이 남아 있었다. 옆으로 누운 고양이의 선 말이다. 몸이 두 동강 나 떨어져 있던 고양이는 차마 직접 치울 용기가 없어 지나친 적도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조한 새하얀 털에 올리브색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가 있었다. 장이 빠져나와 파리가 꼬이고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 검사 후 의사가 가망 없다 선고한 후 고양이별로 갔다. 싸늘한 시체나 온기가 남은 치명상을 입은 고양이가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상상하니 섬뜩했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동물의 숫자는 매일 평균 약 48마리라고 하는데 신고 접수가 되지 않는 숫자로 치면 하루 몇 마리일까 싶다. 2018년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서울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동물은 총 2만 283마리로 이 중 76%에 달하는 1만 5,423마리가 고양이였다고 한다.(‘다시 쓰는 고양이 사전’ 저자, 제공처 동그람이) 직접 숫자로 보니 이렇게 많이 죽는다니 놀라웠다.



‘불필요한 속도’가 살생까지 이른다.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식량을 비축하고 더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게끔 농사를 지으면서, 식량을 보호하거나 지키도록 가축을 기르며, 그 동물들이 집안까지 들어와 반려동물로 가족으로 함께 살게 된 역사에서 인류는 수많은 종의 생물을 셀 수 없이 죽여왔다. “빨리,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살생을 합리화하는 건 이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아닐까.



운전 속도를 줄이거나 야생동물이 나오면 비상 점멸등을 끄고 경적을 울리는 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일 거다. 어떻게 해야 동물을 ‘죽이는 속도’를 ‘살리는 속도’보다 천천히 가게 만들 수 있을까? 더뎌도 차곡차곡 가야 한다는 ‘더 글로리’ 문동은의 대사가 떠오른다. 인류가 죽인 생명체들의 복수가 두렵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걷거나 다른 이동수단을 타고 되도록 제한속도에 맞춰 운전하기. 어렵지만 차근차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