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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26. 2018

16.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엄마들의 자조모임)

엄마들 연대를 꿈꾸다.

( 저는 많은 엄마들이 자기이해와 치유를 위한 자조모임 갖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엄마를 위한 자조모임이었어요. 핵심은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자기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고요. 서로 혼자가 아니라고 격려하는 동지가 옆에 있었기에 육아의 길을 갈 수 있었어요.
아래 글을 읽으시고 연대가 필요한 엄마들끼리 모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하 아기시)>은 엄마들을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아난다 박미옥 선생님이 리더였고 저는 멤버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직장인이 아닌 오직 엄마로서 참여했습니다.

직장에서 나름 부모교육까지 했었는데, 그만 두고 엄마가 되고 나니 배운 것은 아무 소용 없더라고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이건 뭐지?’ 인터넷 검색하다 발견한 이름에 강하게 끌렸습니다.

  네이버 카페 글을 읽으니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동안 엄마들의 성장과 치유를 위한 모임이었어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글쓰기와 독서, 엄마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해야 했습니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어요. 내가 시간을 쪼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망설여졌지만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35살, 아이는 35개월로 어린이집 등원 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고요. 라디오나 TV에서 나오는 엄마들 얘기는 다 내 얘기 같았어. 아기가 사랑스럽고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했지만, 그와 똑같은 무게로 나와 아이만 무인도에 있는 것처럼 사회와 단절되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나에게 남편의 뉴스 좀 보라는 단순한 말도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처럼 느껴졌고요. 직장 동료가 전화로 일에 대해 물어볼 때 아기 낮잠 재워야 해서 통화가 어렵다는 내가 초라하게 보였고요. 


  아기 낳기 전 나는 ‘일’을 빼놓은 나를 상상하기 힘들었거든요. ‘나’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 그 동안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와 일이 빠지고 나니 공허했습니다. 나란 사람의 속이 텅 비어있는 듯했다. 지금까지의 경력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언제 어떻게 경력을 이어가야할지, 사회와 어떤 연결을 맺어야할지 막막했고 예측불가였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구인공고 게시판에 들락날락거리며 시간제 일할 곳을 찾았습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행동은 동동거리며 속은 한 줌만 해졌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은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하 아기시)’이라는 글자가 매직아이처럼 눈에 꽂혔습니다. 이런 나에게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해녀가 수면 위에 올라 가쁘게 쉬는 숨비소리 같았어요. 아이와 함께 읽은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동화책에 엄마와 할머니처럼 말이예요. 물 밖에서 “호오이, 호오이” 하고 참았던 숨을 내뱉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다른 해녀들을 바라보며 ‘나만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고요. 다시 물밑으로 용기 내어 고독하게 생의 보물인 아이와 나만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숨을 들이쉬는 시간. 적어도 나만 혼자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지가 필요했습니다. 36개월 동안 놀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참았던 나에게 쉼이나 보상을 주고 싶었고요.  


  드디어 아기시 첫 만남, 그 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여덟 명의 엄마들이 빙 둘러 앉아 이야기하는데 이 간지러운 느낌은 뭐지? 싶었어요.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받아주며,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하고 칭찬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 말들이 진심인 걸 알았지만, 보통 동네 엄마들의 반응과 달라 어색했어요. 한 엄마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다 같이 따라붙어 고민과 씨름하는 모습이랄까? 짧은 시간 동안 엄마들이 어떻게 이렇게 끈끈해졌지? 하는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참여했습니다.


  처음부터 나를 직면하고 속을 공개 낯선 엄마들과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관계 맺기의 시작은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에게는 두려움이 앞섰고요. 우리는 결혼생활의 불만, 시댁에 대한 분노, 육아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었어요. 그저 들어주고 한 편이 되어주고 함께 울고 웃고 떠들고 분노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모두 머리 싸매고 방법을 찾았다.


  그 때 읽은 첫 책 ‘치유하는 글쓰기’에 나온 내 인생이 서러운 100가지 이유에 대해 나만 100개를 넘게 채워 썼어요. 지금  그 글을 꺼내 읽으니 그 땐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싶고 과거의 제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분노관찰일지를 쓸 때는 내 안에 이렇게 화가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아기에게 화풀이할 수 없으니 눌러왔고(그간 아기에게도 화풀이를 했을 거에요.), 누군가와 대화할 수 없으니 삭였던 복잡다단한 감정을 말과 글로 덜어내니 가벼워졌고요. 내 과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원가족 안에서 ‘나만 피해자, 희생자가 아니었구나. 내 과거와 삶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읽은 책들은 '꽃들에게 희망을', ‘유쾌한 가족 레시피’,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구본형 선생님의 책들이었어요. 독서를 통해 내 강점과 여성성을 확인했습니다.


  글쓰기, 책 읽기, 믿을만한 엄마들에게 내 이야기를 발설하면서 알았어요. 그 모든 것은 내 선택, 살림은 자기 관리의 연장선, 결혼과 동시에 나와 남편이 각각 자신의 내면아이를 키울 의무가 있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 내면아이를 성장시킨 딱 그 나이만큼 내 아이도 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남편에 대한 기대와 의존심이 많았구나 싶었고요. 남편의 언행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알고 있었지만 나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재확인했다고 해야 할까요?


  모임 중간쯤 미래에 죽기 전 내가 가족에게 남길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가상 장례식에 초대해서 여러 사람 앞에서 유언장을 읽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갈 사람이 뭐 그리 걱정하고 가족에게 당부할 말이 많던지, 그 날은 진짜 장례식장처럼 눈물 바다였습니다. 가상의 장례식이 끝나고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어요. ‘홀가분하다’ 형용사를 이럴 때 쓰는구나 싶을 정도로 몸이 가볍고 마음은 속 시원했습니다.


  아기시 이전과 이후의 삶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아이에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고 남편에게는 잊을 만하면 잔소리해요. 백 프로 좋은 점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아이를 재우고 글 쓰고 독서하느라 수면 시간이 모자랐어요. 피곤한 날은 아이와 남편에게 짜증내고 잘 해주지 못 했고요. 치명적인 단점이었죠. 엄마가 성장하겠다고 가족들은 알게 모르게 희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전적으로 아기시 때문이 아니었어요. 욕심 많은 제가 살림하랴, 일하랴, 서넛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던 데서 오는 부작용이었습니다. 아기시를 참여한 이유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지 않기 위해 애썼어요. 또 하나 이유는 감정기복이 심하거나 잊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리니 괴로운 때도 있었어요. 어떤 때는 친밀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옷 벗은 것 같아 글을 다 지우고 싶었어요. 그래도 이동하거나 일하다 쉬는 시간을 쪼개 글 쓰고 책을 읽었던 그 때의 제대견합니다.


  아이 키우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에 대해 후회했는데 과거로 돌아가려는 저를 지금, 여기로 서 있게 했습니다. 보기 싫은 내 뒤통수 같은 모습도 막연하게나마 봤고, 부모님에게 얽혀있는 애증을 조금씩 풀어갔고, 남편이 미울 때 다시 불쌍한 내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동네 엄마들과 어떤 제품을 구입할지, 아이 어느 학원 보낼지, 오늘 저녁엔 어떤 음식을 해 먹을지 수다 떠는 것도 좋지만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의미가 있었어요. ‘발설’이라는 자기표현과 엄마들의 인정과 지지로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더디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만날수록 연대가 단단해졌고 동지의식이 생겼어요. 아기시가 끝난 후 5년이 지난 지금도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리 성실히 삶을 꾸려나가는 그녀들이 내 자부심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나는 아기시 덕분에 운 좋게 영화 ‘B급 며느리’에 나온 대사처럼 ‘내가 결혼 전에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했었는데.’ 라고 울면서 혼잣말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결혼과 육아가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무덤이 아닌데, 어른이 되는 책임감과 부모가 된다는 엄중함이 무거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 기차 안에서도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 눈물짓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엄마를 봅니다. 아는 사람이었다면 조용히 손을 잡아주었을 거예요. 아니면 기대어 울게 어깨라도 조용히 내밀었을 것입니다. 이제 나는 비벌리 엔젤의 책 ‘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 제목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어요. ‘엄마들의 연대’를요. 다 아는 얘기지만, 뭉치면 힘이 세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니까요. 따뜻한 아기시를 떠올리며, 엄마 동지들 모두 고마워요!




질문 1. 주위에 자기이해와 치유를 원하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누가 떠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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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그 사람과 함께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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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자기이해, 성장, 치유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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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동지를 만난다면 이 책을 참고하세요.

<힐링맘 :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한 최고의 길잡이, 르네 피터슨 트뤼도 저.>


엄마들 자조모임과 연대를 주관하는데 내용과 형식이 나와 있습니다.


엄마 연대, 언니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이트가 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들을 참고하시면 좋겠어요. 거주지와 가까운 곳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으면 직접 참여하셔도 좋고요. 사는 지역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실 때 앞서간 분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네이버 카페

운영자 아난다 박미옥 선생님

https://cafe.naver.com/momtime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여자 마음 상담소' 저자 문은희 선생님의 한국 알트루사 상담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altrusa


'엄마 내공',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오소희 작가 네이버 블로그

기존의 '언니 공동체'의 상담 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https://blog.naver.com/endofpacific


내게 맞는 <엄마의 20년> 공동체를 찾습니다! 답글 달린 지역에 따라 한 번 엄마 동지를 찾아보세요.

https://m.blog.naver.com/endofpacific/221499499445



그로잉맘

상담전문가 엄마들이 만든 신생 기업입니다.

육아행동분석 유료서비스지만 다른 서비스, 육아정보, 온라인강의를 이용할 수 있어요.

그로잉맘 네이버 카페

https://blog.naver.com/growing_mom

그로잉맘 홈페이지

https://www.gmbox.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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