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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27. 2018

17. 내가 원하는 걸 잘 모르겠어요.

자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분들에게.

  “내가 텅빈 찌그러진 사이다 캔 같아요.”

  “내가 원하는 걸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 내면을 적확하게 표현하던 내담자 말이 가슴에 꽂혔어요.

자기가 없다는 공허한 느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안쓰러웠고요.


  이런 분들 중 어린 나이에 가장처럼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거나 심리적으로 맏이, 기둥 역할을 해온 사람이 많습니다. 한 남성분은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첫째가 아니었음에도 형제들을 책임져 달라는 유언을 듣고요. 40대가 될 때까지 성인이 된 형제들의 모자란 생활비를 보태거나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보내곤 했습니다.

결혼 적령기 여성분도 10년 가까이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집안의 생활비를 책임지고 대출금을 갚는 이유로 연애조차 꿈꾸지 못했습니다.


  한 60대 여성분의 강점이자 취약점이 떠올랐어요.

다른 사람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짚어내시는 재주가 있으시더라고요. 가족에게 선물할 때 그 사람의 취향을 생각해 원하는 걸 해준다고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을까요? 내 주의가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안테나 주파수가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 정확히 아셨는데요. 60년 가까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어떻게 아냐고 반문하셨습니다. 잘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동안 습관처럼 살았는데 어떻게 한 번에 바뀌겠어요.


  가족이나 타인이 뭘 원하는지 알고 맞춰주는 건 뭐 때문일까요?

  ‘나를 좀 봐줘.’ 관심과 인정 욕구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내가 받고 싶은 대로 주고 계셨습니다. 사람은 당연히 생리적인 본능처럼 애정 욕구를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욕구들이 지나치게 지배적이라 내게 중요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원한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 분은 애니어그램 성격검사 아홉 가지 유형 중 2번 돕고자 하는 사람(조력자) 유형처럼 보였습니다. 2번 유형의 대부분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바로 도움을 주면서 정작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요청하기 어려워합니다. 실제로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릅니다.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의 균형이 깨져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많이 주고 덜 받는다고 억울함을 자주 느낍니다. - 성격검사는 일대일 해석을 지양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해석으로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


  이런 유형의 분들은 자신이 원하고 상대도 원할 거라고 여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합니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물어보지 않고요. 그저 상대가 필요할까 봐, 원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겉으로는 매우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뿌리 깊은 곳에는 마음껏 칭얼대고 의존하고 싶은 내면 아이가 있습니다.


  겉은 친절하고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속에서는 “왜 날 배려하지 않아? 챙겨주지 않는 거야?” 하며 분노의 얼굴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헌신적으로 타인에게 잘했는데, 아직 나만 바라보고 많은 걸 바란다고 힘겨워하십니다. 애는 많이 쓰는데 자식들은 하나같이 내 마음을 몰라줍니다. 자기처럼 말하지 않고도 내 욕구를 알아줬으면 합니다.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분들이 적절하게 자기주장, 부탁, 요청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나를 우선으로 내세우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버릴 것 같다는 공포까지 느낍니다. 이럴 땐 나에 대한 애정을 거둘 거라는 두려움을 자각하고요. 내 의견을 말해도 내게 중요한 사람들이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안심되어야 연습할 수 있습니다.


  몇십 년 결혼생활 동안 중국음식점에 가면 남편이 좋아하는 짬뽕만 시키다 처음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고 하십니다. 남편 눈치 보며 먹으니 맛있지 않고 소화도 잘 되지 않으셨대요. 60년 동안 못해본 걸 하려면 처음엔 당연히 긴장되고 어색합니다. 부자연스럽고 애매한 시간과 시행착오 경험이 있지요. 숙제처럼 어렵게 시도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천천히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나’와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간절히 원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어디 한적한 시골집에 혼자 사는 거.”라고 하십니다. 관계에 버겁고 지치셨기 때문에 회피하고 싶은 거죠.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관계에서 오는 피곤이 느껴집니다.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있길 바랍니다. 심리적으로 취약할 땐 생각도 극단적으로 변하거든요. 사고 틀이 좁아지고 해결 방법이 단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부나 무(all or nothing)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늘 많이 주는 사람, 희생하는 사람, 맞춰주는 사람으로 찍혀있고 고정된 패턴대로 움직이기 때문에요. 아예 가족, 친구, 주위 사람들이 없는 게 편하다는 겁니다. 몇십 년 동안 내가 없이 타인에게 경제적, 심리적, 물질적으로 퍼주는 관계에 시달려 질려버린 듯합니다.


  이런 분들이 정말 시골에서 혼자 살면 행복하실까요?

  아닙니다.

  처음엔 잠깐 편하고 좋을지 모르지만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 수치심이 들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까지 생각이 치달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지쳐 쉬어야겠다는 것을 알고요. 단번에 관계를 끊지 말고요. 성급하게 도망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지키며 관계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누구나 상반된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밀 욕구와 자유 욕구요. 결혼해 막상 부부로 살면 각자 자유를 꿈꿉니다. 온라인상에 이제 막 결혼한 남편의 속내를 드러내는 글이 있습니다. ‘밤에 내가 집에서 게임하는데 여자 친구가 자기 집에 안 가. 나는 계속 밤새워 게임하고 싶은데.’라는 거죠.


  사람 사이에서 외줄 타듯 이 상반된 욕구들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침해당하는 나,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불만만 쌓일 수 있습니다.




질문 1. 현재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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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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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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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데 방해되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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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내가 타인과 경계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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