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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Dec 29. 2018

18. 사랑이 뭥미?

우리는 왜 노년이 되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까요?


  저와 상담하던 남성분이 갑자기 저에게 묻습니다.

“사랑이 뭐예요?”


  저는 말문이 막혔어요. 장금이가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하는 대사처럼 사랑이 어떤 건지 말로 답하라니 막막했어요. 솔직히 말로 해야 아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분의 세 살 아이를 떠올렸어요.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을 때 아빠! 하고 뛰어나와 안고 안기는 몸짓,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닐까요?라고  답했습니다. 아이와 몇 시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은 마음, 가족과 자연스럽게 살을 대고 편안하게 있는 시간에 사랑을 충만하게 느껴지요. 자기는 사랑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고 어렵게 생각으로만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안겨본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감정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랑이 그분한테는 책으로 읽고 배워야 할 것처럼 느껴졌어요. 논리적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분의 질문으로 인해 사랑이 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휴먼다큐 사랑'에서 나오는 분들은 유독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남은 시간이 소중하기에 일분 일초가 아까워 얼굴 마주보고 자주 사랑한다 합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저자 폴 칼라니티가 죽기 전 자신의 딸 아기를 안아 바라보는 동영상이 있어요. 햇빛은 그들을 비추고 먼지가 천천히 날아다니는 그 순간, 그는 어떤 걸 느꼈을까요? 시간이 멈추길 바라지 않았을까요? 그는 남은 시간 동안 딸에게 줄 수 있는 온전한 사랑의 느낌을 최선을 다해 주고 가려 했을 거예요. 장면이 아름답고 슬퍼 울컥했습니다. 장례식 때 그가 수술하고 치료했던 환자들 수십명이 찾아갔다고 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은 그의 태어난 목적, 소명의식을 갖고 행한 인간애의 표현이었죠. 하지만 그가 떠날 때 남겨놓을 수밖에 없는 하나뿐인 딸을 생각하면 자신의 직장인 병원보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원했을 거라는 짐작됩니다. 스티브 잡스도 수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되었을 것 같고요.


  성취감, 타인과 연결되는 것도 행복이지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 장소, 느낌은 다른 어떤 것보다 초월합니다. 저도 한 번 그런 순간을 생생하게 느껴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실 큰 창의 햇빛이 주방의 식탁까지 비추며 마주 앉은 남편과 조금 떨어져 책 읽는 아이를 보면서요. 골고루 눈부시고 따뜻하게 햇살의 손길이 어루만지는 찰나, 사랑받고 사랑하는 게 느껴져 눈물날 것 같았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게 기쁘고 가족이 모두 건강히 내 옆에 있는 장면이 진하게 행복했습니다.

  최근 읽었던 책 '밤에 우리 영혼은'에서는 그런 일상이 아주 천천히 흐릅니다. 우리가 유유히 흘러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처럼 느리게 가는 생활 속에 애정의 싹이 틉니다.


  책에서 주인공 할머니는 손자와 소프트볼 경기를 구경하거나 캠핑을 갑니다. 이웃집 할아버지는 아이와 같이 쥐가 새끼를 낳아 헛간에 있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호기심 어린 아이의 눈빛과 질문, 만지고 싶어 생쥐에게 가는 손이 멈칫 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지나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가 낯선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여유있게 지켜봅니다. 보통 조부모-자녀관계가 부모보다 더 허용적입니다.  어떤 외국 할아버지는 손자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줄 알았다면 손자부터 키울 걸 그랬다 농담하기도 했죠. ​


  아이를 한번 키워봤고 연륜이 쌓여 그럴 수도 있지만 부모의 기대나 욕심이 자녀 한 세대를 통해 걸러졌기 때문에요. 손자 손녀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부모 때는 조건적인 사랑에 가깝지만 조부모가 되면 무조건적으로 변해갑니다. 그 분들의 삶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가 있어요.

  '밤에 우리 영혼은' 속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렇게 대화합니다.

  "당신은 뉴스이고 싶어요?"

  "아뇨, 절대요.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159p.)


   유한한 생에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생생하게 살아내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이 나와 타인, 시간과 삶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질문 1.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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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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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나는 누구에게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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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나는 누구를 가장 사랑한다고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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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내가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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