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서재 Dec 31. 2018

19. 꿈만 꾸면 뭐해요? 무의식에 접속하세요!

매일 밤 나에게 보내는 꿈, 치유 도구로 쓸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대학 후배가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누나, 요즘 낮에 자꾸 생각나는 여자애가 있고 밤에 자주 생각나는 또 다른 여자애가 있어. 나 누구한테 고백하지?"


얘기해보니 낮의 그 애는 여자 사람 친구고 밤의 그 애는 아직 친구만큼 가깝진 않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결론은 밤에 떠오르는 여자애로 결정했대요. 그녀가 더 예쁘대요.


  낮의 친구는 우정이고 밤의 친구는 낭만적(erotic) 사랑에 가까울까요?

저는 여기서 낮과 밤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낮에는 논리, 이성, 자아의 기능이 활발합니다. 밖이 어두워지면 우리 안의 잠재되어 있던 충동이 올라오면서 프로이트가 말하는 원초아가 힘이 더 세지는 듯합니다.


  게다가 꿈까지 꾼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 혹은 지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꿈은 욕구가 상징, 왜곡된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기억, 의식적인 내용이고요. 우리가 기상해서 바로 떠오르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괜찮을 정도의 줄거리예요.


  다른 의미는 그 표면적인 내용 속에 들어있는 잠재된 내용입니다. 꿈을 꾼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깊은 잠재된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표면적 내용은 최근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꿈에 나옵니다. 예를 들면 오늘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에게 말하지 못한 무언가를 꿈에서 말할 수도 있고요. 뭔가 처리할 일이나 숙제가 있었는데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들었을 때 꿈속에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 때 꿈이 기억나는데요. 표현된 줄거리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꿈에서 엄마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셔서 제가 막 울면서 잠에서 깨어났어요. 나중에 커서 프로이트 책을 접하며 살펴보니 그때 내가 화난 상태로 자서 그런 꿈을 꿨다는 게 이해되었습니다.


  제 안의 적개심 때문에 엄마가 없어지길 바라는 소망 충족적인 꿈인 거예요. 아이들은 종종 이런 꿈을 꿉니다. 그러니 아이가 꿈에 엄마나 아빠가 죽는 꿈을 꿨다고 말하면 아이에게 어떤 스트레스나 불편감을 주었는지 돌이켜보면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살이 썩는 꿈이었어요. 공포심에 놀라 화들짝 깼어요. 결혼 적령기였지만 연애를 안 한지 6년 되자 스스로에게 결혼 준비하라고 신호를 보낸 거예요. 저는 당시 혼자 산지 오래되었거든요. 이렇게 살면 평생 외로울 수 있다고 꿈속 피부가 까맣게 썩는 이미지로 살벌하게 경고하자 두려웠어요. 이후 배우자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몇 년 뒤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꿈은 우리가 일상에서는 그냥 지나치고 무시하는 자극, 감정에 대해 다시 느끼게 해 주고요. 우리가 해야 할 게 있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들을 꿈이라는 스크린을 통해 보여줍니다.



  고혜경 ‘나의 꿈 사용법’ 책에 제레미 테일러 연구를 정리한 부분이 핵심입니다.

< 첫째로, 꿈은 언제나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되며 꿈꾼 사람의 건강과 자기실현을 돕는다.

두 번째, 이 꿈이 무슨 뜻인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꿈꾼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꿈은 수많은 층위의 의미들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한 가지 뜻만 있는 꿈은 없다. >


  우리가 흔히 예부터 의미를 부여하는 건 태몽들이죠.

성별, 앞으로 어떤 성격에 어떤 일을 할지까지도 예견하기도 합니다. 예지몽으로 볼 수 있고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알려줍니다. 꼭 받아야 할 돈이 있다면 꿈에서 액수까지 나오고요.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될 건지 넌지시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꿈이 심신의 위협이나 질환을 예고하기도 합니다.

특히 내면에 분노감이 심한 내담자인 경우 누군가를 죽고 죽이는 꿈이 자주 나옵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할 수 없으니 꿈에서 대신 충동을 해소해주는 거죠. 가위에 종종 눌리거나 악몽도 마음에서 자기를 봐달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꿈속에서 자기를 해하거나 몽유 증상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합니다. 꿈 내용이 꼭 아니더라도 자신의 스트레스 상황,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꿈을 통해 신체 질환을 예상할 수 있어요.

‘나의 꿈 사용법’에 어떤 분의 꿈에 집의 지붕을 뚫은 나무가 보였는데 이틀 후 뇌졸중으로 쓰러졌답니다. 꿈속 집에서 물이 새든지 배수관이 좋지 않다면 혈관이나 배뇨 기관, 핸드백 안 썩는 고기를 보고 자궁암 진단, 마루 바닥이 부서지는 꿈을 꾼 사람은 골다공증이 심했다고 합니다. 보통 자기가 ‘집’으로, 가방이 여성이나 자궁을 상징적으로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상징과 의미를 갖고 있기에 일대일 해석은 금물입니다. 하나의 예로 참고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꿈 분석, 꿈작업이라고 하는 건요. 꼭 전문가가 해몽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꿈을 꾼 사람이 줄거리나 이미지에 대해 자유 연상, 이야기를 통해 나오는 의미를 자신의 생활과 연결시켜 보면 됩니다. 맞고 틀리는 건 없어요. 꿈속 느꼈던 감정, 상황, 이미지에 대한 상징을 자꾸 떠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무의식과 파지직! 하고 접속되는 것을 느낄 거예요. 그 순간 통찰의 희열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하! 꿈이 나에게 이걸 말하려고 했구나.’ 하는 거예요.

 

  심리상담에서의 꿈 분석은 나이, 심리적인 상태와 힘을 고려하여 다룹니다.

심리상담에서 모든 사람에게 꿈을 털어놓으라고 하진 않아요. 꿈을 직면하여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고 꿈을 자주 꾸며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무리 없이 상담할 수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인 경우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다면 꿈을 다루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꿈을 현실로 착각하거나 꿈속 충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상담에서는 보통 상담을 시작하기 전, 첫날, 상담 초반에 내담자가 꿈을 꿔서 상담자에게 털어놓습니다. 첫 번째 꿈이 상담 관계의 예상, 자신의 핵심 감정을 잘 드러냅니다. 상담에 깊이 들어가기 전이기 때문에 순수한 편입니다. 성인인 경우 이런 꿈을 꾸었다면 상담자에게 말하는 게 앞으로의 상담에 도움이 됩니다.


  꿈 작업할 때 최근 꿈을 중심으로 가장 이미지가 생생하고 기억에 잘 남는 꿈을 써보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몇 분만 지나도 꿈의 잔상이 사라질 수 있어요. 그러기에 메모지와 펜을 머리맡에 두고 깨자마자 적는 게 좋습니다. 나에게 오는 무의식의 신호를 놓치지 말아요. 자, 이제 접속!




질문 1. 일주일 정도 꿈들을 번호로 매겨 씁니다. 꿈의 줄거리는 뭔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2. 꿈속 장면에서 보여주는 표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3. 꿈속의 감정과 꿈을 꾸고 난 다음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4. 일주일 동안 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볼 수 있죠? 이어지는 줄거리나 공통된 이미지, 내용이 있다면 여기에 적어보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5. 그중 작업하고 싶은 꿈 하나를 정해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연상되는 것들을 가감 없이 적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6. 이 연상들의 일부를 현재 생활과 관련 있다면 어떤 건지 써보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7. 꿈이 나에게 전하는 무의식적 메시지, 말하고 싶은 바를 나타내는 잠재 내용은 무엇일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