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서재 Dec 31. 2018

20. 오늘도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분들에게.

먹기 명상 어떠세요?

  다이어트 하니 두 사람이 생각납니다.

한 명은 가수 돈 스파이크요.

돈 스파이크가 예전에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손으로 큰 스테이크 고기를 두 손으로 잡고 먹으며 한 얘기가 있어요. 자신이 왜 몸무게 100키로 넘게 되었는지 아냐고 묻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서 그렇대요. 다이어트할 때는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고 해요. 참았다 풀었다 억압과 무절제가 반복되었어요. 요요현상이 와서 결국 평소보다 몸무게가 몇 십 키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아가씨 시절 다이어트를 할라치면 그간 흥미 없던 음식들도 다 맛있어 보이고 다이어트 시작 전에 비축하듯 먹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만 먹고 내일부터 해야지.’ 하고 평소보다 과하게 섭취한대요. 다이어트를 할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식욕을 절제할 이유가 없었고요. 식욕은 용수철 같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높이 튕겨나가는 겁니다. 결혼 전 과장해서 365일 매일 같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대요. 아이를 키우는 지금 다이어트를 하겠단 계획과 생각조차 없으니 음식이 별로 당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디선가 본 책에도 쓰여 있었는데 기억나진 않아요.

우리 뇌와 몸은 다이어트에 대비하여 식욕을 증가시키고 영양분을 비축하려 한다고요.

그러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먹기 명상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음식과 먹는 행위를 알아차려 천천히 먹으며 음식 맛과 씹는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먹기명상에 참여할 때 건포도로 시작했습니다. 홍정수 선생님께서 진행해주셨는데 그 어느 때보다 생생했고요. 단지 건포도 한 알을 먹는 체험인데 신기했어요. 명상 선생님은 우선 건포도 알갱이들을 손에 담아 보여주세요. 그 중에서 한 알만 고르라고 하십니다. 그게 뭐라고 몇 초 동안 고민 후 가장 맛있게 생긴 놈이 뭘까? 하고 찰나에 하나를 선택해요. 나중에 떠올려보니 그 몇 개 중에서도 중에서도 새까맣게 잘 익고 주름져있고 통통한 알 하나를 고르려했던 것이었어요. 건포도 키 재기죠. 그것 하나 고르는데 좋고 싫음이 판단되고 기준이 적용됩니다.     


  건포도 한 알을 손에 올려놓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 건포도가 우주에서 처음 본 사물인 것처럼 느껴보라고 말이예요. 이걸 먹는 건지 물건인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요. 아예 무지 상태로 관찰하는 겁니다. 그러자 ‘너 참 이상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또 올라옵니다. ‘이게 뭐꼬?’ 하는 심정으로 건포도 한 알을 처음으로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히 살폈어요.


  우리는 이 건포도가 향이 나는지 냄새 맡아보고, 무슨 빛깔인지 손으로 굴려보고, 햇빛에도 비추어 보고, 어디에서 왔는지, 뭐에 쓰는 건지 끊임없이 연구했어요. 그러자 세상 처음 본 건포도처럼 특별해졌어요. 건포도 연구자가 되었고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꽃처럼, 단 하나뿐인 여우처럼요. 단 하나뿐인 건포도였어요.


  한참을 -실제 시간은 짧았지만, 저에겐 길게 느껴졌어요.- 건포도를 들여다보다가 입 안에 넣으라는 지시를 따랐어요. 건포도 한 알의 무게만큼 내가 무거워진다는 느낌으로 먹으라고 하셨어요. ‘오~ 이 가벼운 걸!’ 과연 몇 그램이나 될까요? 음식의 무게만큼 내가 무거워진다고 상상하면 다이어트가 절로 되겠죠? 입 안에 넣으라고만 했지 깨물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어요. ‘아차! 그럴 거면 빨리 말씀하시지!’ 또 순식간에 별 것 아닌 일로 살짝 원망스러워져요. 사실 저만 아는 것이지만 건포도를 살짝 한 번 깨물었기 때문입니다.     


  건포도가 입에 들어가자 귀신 같이 침이 고입니다. ‘너 이미 알고 있었구나?’ 무의식은 의식보다 항상 빨리 반응합니다.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입안은 벌써 침 바다. 선생님 말씀은 설상가상입니다. 건포도를 처음 먹는 것처럼 혀로 굴려보고 눌러보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랍니다. 단 먹지만 말라고 하세요. 정말 가혹하십니다. ‘선생님은 저희에게, 저희는 건포도에게 장난하는 겁니까?’ 그렇게 입 안에서 건포도를 한참 놀렸어요.    


  낯선 경험이었어요.

건포도의 주름이 혀에 바퀴 굴러가듯 선명히 느껴지고, 이 조그만 게 말랑말랑하니 얼른 씹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어요. 씹는 욕구가 이렇게 큰지 처음 알았고요.

드디어! 선생님은 먹어도 된다고 허락하셨다 생각보다 급히 먹지는 않았어요. 이건 먹기 명상 과정이므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했기 때문입니다. 건포도 반을 딱 씹었을 때의 치아 감촉, 혀에 베어 나오는 향과 즙, 새콤달콤한 맛에 침샘이 자극되어 분비되던 침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한 번 씹었을 뿐인데 별 게 다 느껴졌어요. 그 맛도 참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자주 쓰시는 표현이 있었어요. ‘우리는 관념으로 먹는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라면은? 치킨은? 이런 맛이야.’ 하는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맛으로 먹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입과 혀라는 감각기관이 아니라 뇌로 음식을 먹는지도 모르겠어요.  
  

  1센티가 될까 말까한 건포도 한 알의 식감, 새콤달콤하다는 표현 외의 느껴지는 맛이 다양했어요. 위, 아래 치아가 여러 차례 부딪히고 나니 건포도는 어느새 다 부수어지고 으깨졌습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우리는 언제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는 걸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요? 포도즙처럼 된 건포도를 ‘꿀꺽’ 이라는 소리 그대로 넘겼어요. 그래도 혀에 남아있는 진한 포도향과 맛은 여운이 길었습니다. 음식이라는 게 이렇게 길게 맛의 흔적을 남기는 거구나 싶었어요.    


  우리는 이 경험이 어땠는지 한 사람씩 느낌을 이야기했어요.

어떤 이는 입안의 구조가 하나의 작은 공장처럼 느껴졌답니다. 치아는 정확하게 절단하고 혀와 잇몸은 절묘하게 움직이는 기계들 같았다고요. 다른 이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건포도를 먹었지만 지금 먹은 건포도는 그 맛과 향이 달랐다고 합니다. 먹기 위해 뜸과 시간을 들였어요.

매 순간 알아차린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변화무쌍한지 알았어요.    


  잠깐의 먹는 경험 자체가 평소와 색달랐습니다.

‘먹는다.’ 라는 행위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입안에 무조건 많이 빨리 집어넣는 게 아닙니다. 우린 원래 옛날에는 동물처럼 배가 부르면 먹지 않았을 거예요. 식재료가 다양하고 많아지면서, 음식을 저장할 수 있으면서, 오랜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식량이 많아졌습니다. 우리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결해줄 먹을거리가 우리의 욕구보다 훨씬 더 많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먹을 게 지천이에요. 시장, 마트에 가면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냉장고를 열면 저장해놓은 음식이 한가득입니다. 심지어 미디어에는 먹방, 쿡방 홈쇼핑에서도 갖가지 식료품을 팔고 라디오엔 반찬배달광고가 나옵니다.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옆 침대 아주머니는 밤 9시에 식사를 따로 하시고 바로 잠을 청하셨어요. 그 분은 식습관, 소화시키지 못한 음식 때문에 아프셨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분은 사망원인이 삼겹살 쌈을 크게 싸서 급히 드시다가 기도가 막힌 이유였습니다. 인천공항에 구경가신 어르신은 떡을 드시다 사망하신 경우도 있고요.  제가 얼마 전 식당 옆 테이블에서 목격한 일인데요. 한 할머니께서 급히 칼국수를 드시고 체하셔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구토 후 괜찮아지셨어요. 우리는 입에 음식물을 넣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씹어 넘깁니다. 우리가 주로 어느 쪽으로 씹는지 몇번 씹은 후 음식을 삼키는지 인식하지 못하거든요. 그 분도 드시는 동안 알아차리지 못하신 거예요.    


  먹기명상을 통해 ‘독특한 먹기’를 경험하고 먹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오감각 기관으로 입체적으로 먹기부터 해봐요. 먼저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혀로 촉감을 느끼고 씹는 소리를 듣고 맛을 보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먹으면 '즐거움의 향연'이라는 고리타분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이 경험 이후에 맛을 다시 느껴보게 되었어요. 자장면을 먹고 싶 배달한 날도 과연 어떤 맛일까? 내가 상상하던 관념의 맛인가? 하고 먹었더니 예상했던 맛이 아니었어요. 별로 맛있지 않았어요. 예전 같았으면 맛은 다 똑같지 싶었던 것도 기분 따라, 같이 먹는 사람에 따라, 먹을 때마다 음식마다 달랐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들어 천천히 음미하는 과정이 치유적으로 나옵니다.


  거식, 폭식 증상 있거나 다이어트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기호식품(술이나 약물 등)을 접할 때 먹기 명상이 최고입니다. 어떤 폭식하는 분은 거울 보며 먹었더니 먹는 걸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먹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면 자기 모습이 객관화, 강한 직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아차림이 늘어나면 먹기를 중단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먹는 속도가 줄어들고 배부름이 잘 느껴지기에 포만감이 금세 듭니다. 그러다 보니 적은 양으로도 다양한 맛을 느끼게 되고요.

   

  무조건적 절제는 유혹에 약합니다.

그래도 살을 빼려면? 천천히 알아차리며 먹기를 권유해요.

그러려면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충분한 식사시간과 음식과 생산자에 대한 감사, 먹기에 집중하는 여유가 식사의 양보다 질을 높일 것입니다.




질문 1. 식사를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2. 식사 중 주로 뭘 하나요? (예를 들어 신문이나 책 읽기, 미디어 시청, 대화, 등.)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3. 식사 중 마음챙김(먹기명상)을 하고 싶다면 예상 시간, 함께할 사람, 음식을 정해보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4. 먹기명상을 한 후 느낀 점을 적어보세요. 평소에 먹었을 때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질문 5. 먹기명상을 하는 중 알아차림, 마음챙김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요? 방해되는 원인을 써보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