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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Sep 23. 2018

3-1.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요.

타인에게 불신과 의심이 드는 분들께.

제가 상담했던 내담자에게 썼던 편지글입니다. 상담하는 기간에 썼던 글은 아닙니다.

상담 종결 후 내담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끄적이다 보니 글이 되었습니다.​

아래 이름은 가명이며 개인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넣지 않았습니다.

내담자에게 글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했구요.​

​동의해준 내담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타인에 대한 불신, 의심이 드시는 분들은 이 글 보고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 여기 나오는 사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똑같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도움 받고 싶은 분들은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하세요 ^^



선생님 눈이 절 째려보는 것 같아요.


“뭐라고요?”


상담 끝나는 시간이 다 되어 들은 말에 내 귀를 의심했어요.


상담하면서 그런 말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눈빛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 눈빛에 누가 떠오르냐고 물으니 할머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때 저는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주로 주양육자)의 시선으로 응시, 조각된다는 이승욱 박사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포기하는 용기’에 나왔던 문장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쁘신 엄마 대신 할머니 보호 아래 어떻게 자랐는지 물어보니 워낙 어릴 때라 떠오른 게 별로 없었죠. 일관성이 별로 없는 돌봄, 불안정 애착관계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강박적으로 청소하시는 할머니께 지저분하다, 더럽히지 말라고 혼나면서 자랐다고 했어요. 저는 미연씨는 영아기 양육자와의 관계에서부터 가장 중요한 신뢰감을 경험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했고요.



  



처음 미연씨가 상담센터에 온 이유는 직장에서의 불편감 때문이었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자꾸 나에 대해 뒷담화하고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고 느꼈습니다. 친구 카톡 프로필에 어떤 대화명만 올라와도 나에 대해 쓴 거라고 의심됩니다. 친구가 자기랑 싸워서 불편하니까 그런 글을 올린 거라고 짐작만 합니다. 동료나 친구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사실 확인과 질문입니다.




직장생활에서는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부장님, 지금 그거 저한테 하는 말씀이세요?”, 직장 동료에게 “그거 지금 내 얘기야?” 물어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는 가능합니다. 카톡 대화명 바꾼 친구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대화명은 무슨 뜻이야?” 이렇게 열린 질문이나 안부가 궁금하다는 뜻으로 물으면 답을 들을 수 있어요. 대화하면서 친구에게 느껴졌던 화, 짜증이 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해가 풀립니다. 



  



제가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했더니 동료나 친구가 얘기할 법한 답을 해주었죠. 직장에서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관계’에 초점을 두다 보니 더 예민해지고 불편감이 가중되었습니다. 여자 동료 둘이 복도에서 있으면 무슨 얘기하는지 신경 쓰이고 결국엔 내 뒷담화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몸이 긴장되어 힘이 들어가고 귀는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부풀어 커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럴 땐 의도적으로 들숨, 날숨에 집중하고 몸에 힘을 빼고 사실, 상황 그 자체로 보는 게 좋습니다. 보이는 것과 판단하는 것의 차이가 크거든요. 사실과 생각, 상황과 의견의 다른 점을 비교해보면 됩니다. 거리를 두어 제 삼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듯 나를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그러면 주관적인 주인공(참여자)에서 객관적인 관객(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뀝니다.



  




내 안에서는 그런 작업들이 좋고요. 내면 작업으로도 안정되지 않고 실제 확인하고 싶다면, 가서 물어볼 수 있지요. 이럴 때 정색하며 “내 얘기했지?” 라든가 “남 뒷담화 좀 그만해.” 라는 식의 헛다리짚는 이야기를 하면 실제 왕따가 될 수 있습니다. 심신 상태를 자각한 다음에는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해?”,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해.” 라고요. 어조, 말투도 중요합니다. 의심 섞인 게 아닌 호기심 어린 질문이면 됩니다. 아니면 자연스럽게 가서 조용히 듣다가 내가 다른 주제에 대해 묻거나 이야기의 방향을 돌릴 수 있습니다. 생활에서의 확인은 상담 후반부에 꼭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자기표현과 의사를 표시하지 못 하는 중에 확인하려 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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