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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Sep 23. 2018

3-2.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요.

타인에게 불신과 의심이 드는 분들께.


제가 상담했던 내담자에게 썼던 편지글입니다. 상담하는 기간에 썼던 글은 아닙니다.
상담 종결 후 내담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끄적이다 보니 글이 되었습니다.​
아래 이름은 가명이며 개인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넣지 않았습니다.
내담자에게 글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했구요.​
​동의해준 내담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타인에 대한 불신, 의심이 드시는 분들은 이 글 보고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 여기 나오는 사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똑같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도움 받고 싶은 분들은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하세요 ^^




I'm not O.K. You're not O.K.’


미연씨 이야기의 공통된 주제는 ‘I'm not O.K. You're not O.K.’ 였어요.
교류분석이론을 만든 에릭 번이 관계를 맺어가는 인생태도를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 중 하나의 유형입니다. 자신과 타인(세상)을 부정하는 편이며 삶이 무가치하고 느껴지고 낙관적인지 않은 태도로 생활합니다. 왜냐하면 삶의 경험이 나와 타인(주양육자)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 하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면 상처를 얻고 실망하게 되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덜 상처 받고 안전하니까요. 경험을 통해 얻은 생존전략입니다. 그러니 내가 부정적인 각본과 해석을 갖고 있는 건 내 탓만은 아닙니다. 


  


미연씨의 현실감각도 확인해 보았습니다. 신경증과 정신증을 구분하는 기준은 정확한 현실 지각력입니다. 
상담에서 이미 설명한 것이지만, 우리 앞에 물이 있다고 연상해 보세요. 물이 반밖에 없네, 반이나 있네 하는 지각의 차이는 누구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물이 아니라 다른 것 예를 들면 주스나 콜라로 지각하는 것은 심한 왜곡이라고요. 미연씨 경우 현실감각은 있지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자꾸 미연씨의 각본대로만 다른 사람의 반응, 의도를 예상했어요.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자주 사용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방어기제 중 투사를 씁니다. 
가장 힘든 사람의 가장 손쉬운 방어기제로 볼 수 있습니다.
제일 많이 쓰이는 예시는 술 마시고 길 걷다 마주 오는 취객 무리들이 째려보았다는 이유로 싸워서 경찰서에 가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과 불쾌감을 그들에게 던져서 상대방이 먼저 의도적으로 나를 공격했다고 느끼는 거예요.



방어기제는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법입니다. 투사는 내 안에 좋지 않은 것, 소화하기 힘든 것을 다른 사람이라는 스크린에 비추고 쏴버립니다. 불편한 것을 상대방에게 던지면 그것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이 되어 투사하는 잠시 동안만큼은 편안해집니다. 


  


그런 투사가 있을 때마다 저는 일단 다른 사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돌려보라고 제안했어요. 일례로 ‘저 애는 나를 싫어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반대로 ‘내가 저 애를 싫어하나?’ 하고 느껴보는 겁니다. 내 안에 먼저 불편감, 싫다는 느낌이 올라왔기 때문에 자꾸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어떤 사람이 싫어진 후부터 매직아이처럼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연씨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죠. 그 친구는 이래서 마음에 들지 않고, 그 동료는 어떤 이유로 싫은지.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요? 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요.상담에서 제가 반복해 강조했던 건 주어를 ‘나’로 바꾸라는 것이었어요. 그가 날 싫어해, 그녀가 내 욕을 해. 라는 문장에서 주어를 나로 스위치하자고요. 내가 그를 싫어하고 내가 말은 못 해도 속으로 그녀를 욕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내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질투, 적개심, 증오감을 알아차리는 게 먼저고 그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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