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가 사회적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 이 글은 한 사람의 상담사례가 아닙니다. 내담자 상담 외의 여러 내용을 편집, 재구성한 것입니다.
처음 만난 날, 나는 내담자 이름의 한자 뜻을 종종 물어보곤 합니다.
부모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의미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하죠.
그는 ‘최고’라는 뜻의 첫째 아들이었습니다. 상담실에 오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불안으로 인한 강박 증상으로 때문이었습니다.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장이 민감하여 긴장할 때 배가 아팠고요. 대학 같은 학과에서 뛰어난 친구가 있으면 상담실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자꾸 그 새끼가 떠올라 공부가 안 돼요. 그 때 내가 이 말을 해서 그 애를 눌렀어야 했는데...” 하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후회가 끈덕지게 따라다녔습니다.
내담자가 불편했던 상황은 매번 달랐지만, 감정, 생각, 행동방식은 일정했습니다.
누군가와 갈등 상황에서 A가 더 잘 나 보여서 기분 나빴다, 내가 그를 눌렀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느낍니다. 그 상황을 세밀하게 영화 보듯이 주인공인 내담자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그 A는 또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살펴봅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약간 변형될뿐 뿌리는 동일합니다.
부모-자녀 관계가 우리가 사회에서 맺는 관계의 기초 공사이자 뿌리입니다.
내가 주양육자와 관계를 맺던 방식, 관심과 사랑을 받던 방법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대합니다. 가족 안에서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부모님이 나에게 주로 했던 말과 눈빛, 행동이 어땠는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타인에게 느끼는 바와 사회에서 대우받는 것과 비슷하게 겹칠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매일같이 하루가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반복되는 주인공처럼요.
줄거리는 반복되지만 주인공은 나이고 주변 인물과 상황만 조금씩 바뀝니다. 내가 주로 감정을 느끼고 대처하는 방법도 반복됩니다.
그렇다고 상담자가 내담자의 경험을 똑같이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경험은 모두 다르게 감각됩니다. 칼 로저스는 이를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완전히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내담자들은 느끼는 감정이 반복, 고정되어 시각이나 사고 폭 또한 좁아져 있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가 상황을 왜곡해서 지각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서 그 때 상황이 떠올려 다시 보면 내 상황만 보이지는 않거든요. 상담자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그 때 자신에 대한 통찰, 양심에 찔림, 수치심을 느끼면 변화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불편해하는 후배는 내담자보다 나이가 어립니다.
누군가 자기보다 더 잘난 애가 있거나 인기가 많으면 견디지를 못 했어요. 두더지 게임처럼 뿅 망치로 찍어 누르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었죠. 특히 남성의 경쟁 구도에서 긴장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기에 내담자의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상담 초반 내담자가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동생과의 경쟁관계에서 밀려난 게 아닌지 짐작해 보았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중학교 때까지는 내담자의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 이후부터 동생이 치고 올라와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내담자는 전문대학에, 동생은 명문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죠.
대학 이름만 중시하는 어머니가 보시기에 내담자는 동생과의 경쟁에서 졌어요.
동생은 어릴 때는 별 기대 없었는데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어머니의 애정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루 아침에 왕자에서 거지로,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형제가 공부를 잘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벽에 상장을 붙여놓고 경쟁을 시켰습니다. 형제가 누구의 상장이 더 많은지, 어느 높이까지 상장을 붙이는지 신경전을 벌였거든요. 그러자 내담자가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인 사춘기에 시험불안이 생겼습니다. 시험 결과에 대해 예민하다 보니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잘하는지에 늘 초점 맞추었습니다.
안 그래도 미운 동생이 집에 있는데 대학에 가니 동생과 비슷한 나이의 후배가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그 애가 잘난 척하고 자기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집에서의 역동이 학교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가족에 대한 불편감이 비슷한 사람에게 전이되어 실제로 그게 표현될까봐 노심초사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내담자가 그 후배에게 갑작스레 불쾌하게 말하고 표현될까봐 두려워 상담실에 오게 된 거였어요. 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것처럼 폭력적인 행동으로 번질까봐 자신을 조절하기 위해 상담을 받았습니다.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자기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키고 자신을 따돌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어요.
우리는 후배, 동생,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형제관계가 학교에서 후배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불편했던 여교수님의 지배적인 성향은 어머니를 연상시킨다는 것도요.
어머니와 연배가 비슷한 교수님과 불필요한 언쟁을 하고 기싸움을 해 이기고 싶어했어요. 사실 내담자가 이기고 싶었던 사람은 어머니였죠. 내담자가 인정받고 싶어했지만, 인정 받을 수 없었던 어머니, 그와 비슷하게 학교에서도 권위적인 대상으로 교수님께 전이감정을 느꼈어요.
내담자는 가족 중에 형은 학교에서 후배로, 어머니는 교수님으로 둔갑해 경쟁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썼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맺는 관계들은 가족 관계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에서 좋거나 싫은 사람이 있다면 가족 중 누구와 비슷한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질문 1. 가족 중 가장 친밀하거나 좋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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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가족 중 가장 멀거나 싫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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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학교, 직장, 등 사회적인 관계에서 가깝거나 좋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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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학교, 직장, 등 사회적인 관계에서 멀거나 싫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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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위의 질문 1과 3의 답변에서 공통된 이유가 있나요?두 사람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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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위의 질문 2와 4의 답변에서 공통된 이유가 있나요? 두 사람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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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7.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 관계에서 경험했던 것, 느꼈던 부분은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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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8. 형제/자매가 있어서 좋았던 점, 좋지 않았던 점을 구분해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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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9. 형제/자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기에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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