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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Mar 11. 2019

버지니아 사티어 박사의 두 가지 말씀

횃불 든 사람을 따라 가지 않고 자신의 횃불을 들어요!

가족치료 교육을 위한 버지니아 사티어 박사의 생전 동영상을 봤다.

두 가지 말씀이 내가 예전에 연상했던 것과 비슷해 놀랐다.

박사님께 동일시하려는 것도, 뭔가 내가 잘났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동영상을 보면서 공감했던 부분 두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하나, 사티어 박사가 상담을 열심히 하다 어느 순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 때는 자신이 내담자와 일에 헌신했다고.

떠올랐던 이미지가 자신의 온 몸에 젖이 달려있는데 내담자들이 그 젖을 먹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나도 초보 때 내담자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그들이 나에게 좋지 않은 의존을 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치 그들의 엄마처럼 의지하게 만들었다.

초보 시절 있었던 곳이 청소년 상담기관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만난 아동, 청소년들은 실제 내가 키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일주일에 한 번 50분 만났을 뿐이지만, 나는 그 시간만큼 기르는 정성을 다 했다.

그 시절 떠올랐던 이미지는 강아지들이 엄마 개의 젖을 서로 먹으려고 아웅다웅 다투고 밀치고

그래도 먹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는 장면..

그 장면이 떠올랐고 내가 엄마 개인양... 느껴졌던 거다.

내 안에 좋은 것이 독이 든 양분일지라도 무언가 있기에 에너지를 줄 수 있었는데

돌봐야 할 내담자들은 많았고 매번 내가 갖고 있는 것 이상 줘야 할 것 같은 부담,

모자르지 않을까 걱정보다 더 많이 주지 못한 안타까움

엄마의 마음을 느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이야기, 횃불

우리는 자꾸 누군가 횃불을 들면 그를 따라가려고 한다.

개개인이 자기 안의 횃불을 들고 불을 켜면 된다는 말씀

우리 민족은 특히 쏠림 현상이 심하기에 양은냄비처럼 누군가를 우상 숭배했다가 금새 김이 빠져 없는 사람 취급한다. 연예인이 한순간 인기를 얻었다가 이미지가 추락하면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가. 흔히 횃불 든 유명인, 지식인, 전문가 라고 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려 하고 친분을 과시하려 한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 보다 그 시선을, 초점을 자기로 향하면 좋겠다. 자기 안의 힘을 더 믿길 바라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고 잘되지 않는 것이다.

횃불 든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기가 그 횃불을 스스로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내면의 횃불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켜서 꺼내 들어야 한다는 것

최성애 박사님 강의 때 불빛은 수만 키로미터 멀리서도 보인다고 하셨던가.

나의 치유불(당신 안에 치유의 불을 켜세요 원고) 이야기도 그 불빛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내담자 안에 자신이 얼마나 좋은 것을 갖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나는 내담자에게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나요?".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어요?"

라고 묻는다.

생존해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자기를 지킬 수 있었던 힘,

그것이 바로 당신 안에 치유의 불이다.

내담자들을 만나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은 상담자가 다 해줄 수 없다는 것

상담으로 원하는 효과,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반드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만능이 될 수 없다.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면 참 좋겠지만, 상담은 결국 자신이 자기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다.

상담은 사람마다 자기 안에 있는 고유의 치유불을 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

불이 잘 켜지는지 몇 번 연습하고 나면 홀로설 수 있다.

몇년간 우리의 촛불집회처럼

나만의 초를 들고 치유를 시작한다면,

밝음을 보고 따라오는 다른 불빛이 모아 모아져

치유적인 사회로 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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