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 김지현- 진서원 출판사
감동적인 엄마의 성장 스토리,
교육에 대해 원점에 서서 질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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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감동적인 엄마의 성장 스토리
교육에 대해 원점에 서서 질문하다.
처음 준규네를 알게 된 건 심정섭 선생님 블로그에서였다. 스토리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북촌 한옥인 집에서 에어비앤비로 외국인들의 숙박을 겸하고 있다고 쓰여있었다.
나는 어떤 집일까 궁금함에 영재발굴단을 찾아보았다. 준규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였다. 요즘 초등학생들 같지 않았다. 나는 동영상을 쭉 봤는데도 준규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준규 특유의 맑음과 밝음은 학생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모르고 지나쳤다.
프로그램 중 반려견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로봇, 예전 전축처럼 음악을 연주하는 로봇을 설명하다 흥에 겨워 춤추는 모습에 반했었다. 똑똑한데 흥까지 있다니, 전형적인 대한의 아들인데 싶었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이거 설명 아직 마치지 않았다고 하니 천진난만하게 다시 말을 이어가던 준규가 잊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이런 아들이 될 수 있는 거지? 라고만 생각했지, 홈스쿨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 편집된 영상인지 내 기억 속에 사라진 건지 모르겠지만.
잊고 있다 심정섭 선생님 블로그에 출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홈스쿨이라고? 3년 넘게 집에서 공부했단 말인가... 놀라웠다.
물론 학교 교육으로 그렇게 독창적인 생각을 할 거라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유전의 힘이 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준규가 영재 같아서.
그런데 책을 보니 내 예상과 달랐다.
준규는 영재성이 원래 있었지만 그것을 키운 것은 팔할 이상 어머니와 준규 자신의 노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준규가 학교 교육에 맞지 않다고 보지 않는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가 크다 보니 신뢰감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라는 틀에서 공부라는 재미를 점점 잃어간 이유도 한 몫 한다.
준규의 말이 충격적이긴 했다.
학교교육에서의 독소 빼기
선생님은 학기 초에 생긴 선입견을 절대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준규의 얼어붙은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의 고민은 깊어갔다.
내가 준규 엄마라면 이렇게 용기 있는 선택을 했을까? 아마, 난 어렵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아이에 대한 못미더움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불신까지.
아이를 위해 준규 엄마는 큰 용기를 냈다.
준규가 어릴 때부터 산에 난 길이 아니라 길이 아닌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때 말리지 않고 엄마도 순순히 따라갔다.
마치 그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준규는 많은 이들이 가지 않는 길을 외롭더라도 가려하고 그런 아들을 위해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엄마가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준규의 홈스쿨 성장 보고서라기 보다 엄마의 성장일기다. 읽다보면 얼마나 고민스러웠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절절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감정이 넘칠까봐 담담히 써내려갔다.
나는 준규 엄마의 내공과 저력이 대단하다고 느낀 게 어조에서였다.
아들의 자랑스러움, 나의 노고가 마땅히 인정받고 보상받아도 모자를 판에 내가 한 걸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고요히 말하는 것 같았다. 책에서는 준규와 매일같이 흔들렸다고 말하지만 중심이 잘 잡힌 오뚜기 같았다. 매일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느낌이었다.
준규의 컨디션에 맞추고 집중할 수 있는 하루 2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준규의 사회성을 위해 문을 열어놓고 이웃집 아이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주고. 북촌 한옥마을이라는 마을을 배움터로 적극 활용했다. 3학년 2학기 6개월 동안만이었던 것 같지만 영재교육원도 다녔고 과학 과목은 사교육으로 학원에 다녔다. 방과후 선생님과의 친분으로 그 선생님께서 운영하는 학원에서 코딩을 이어 배우고 하자센터, 어린이 연극, 뮤지컬 활동까지 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년 준규, 엄마, 아빠가 준규가 홈스쿨링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걸 적은 종이였다. 악기부터 장사까지. 다양한 분야였다. 학교 교육에만 있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주일은 막막하고 어쩐지 조금 불안한 시간이었다면 그 다음은 준규가 먼저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몇 개월 동안 위축되고 수동적이었던 모습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 능동적인 원래 성향이 드러났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이 갖고 싶었던 로봇 키트를 구입하기 위해 1년간 대회에 참가해서 상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경험, 종이접기를 통해 집근처 골목길에서 팔아본 경험, 하자센터 행사에서 자신의 종이접기 검을 완판한 경험, 미르의 종이접기 유투브를 개설, 북촌에서 어린이 강사로 여학생들에게 종이접기 팔찌와 반지 접는 법을 가르쳤다.
종이접기 책을 통해 만난 인연을 소중히 하고 방송을 통해 연락 온 멘토 선생님과도 만남을 이어간다. 이 모든 경험이 준규에게는 다양하고 매순간 살아있게 하지 않았을까.
점점 어린이다운 생기를 되찾고 공부의 재미를 다시 느낀 준규가 참 부러웠다. 나는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도 나와 비슷하게 억지로 재미없게 하고 있는데... 하면서 조금 답답해졌다.
사교육은 어느 정도 시킨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대안교육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많은 엄마들이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길도 있다는 답을 알려준다.
나와 준규가 갈 수 있다면 자기도 할 수 있어 라고 격려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건 내어주고 좋지 않은 건 견뎌주는 엄마 품 같다.
준규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느낀 점은
아이가 무언가 집중할 때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 홀로 겪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이섬에서 아이가 모래 놀이하느라 몇십분 있더라도 병원 다녀오는 길에 앉아 처방전 종이에 무언가 쓰더라도 자기 방에 못을 박아 실험적인 것들을 만들어도 말이다.
몰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건 쉽다.
하지만 몰입하는 시간들을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렵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준규 엄마가 존경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아이를 도와야할까? 처음부터 원점에 서있는 기분이다.
이충걸 편집장님과 심정섭 선생님의 추천사도 참 좋았다.
나같은 길잃은 엄마의 심정을 어쩜 이렇게 잘 알지 싶었다. 나는 여태까지 인생이라는 여행을 시작한 아이의 가방을 싸주기 바빴다. 그 여행을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낼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아이 자신이다. 그러니 나는 옆에서 지켜볼뿐, 대신 해줄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엄마들이 누구랑 가라, 어디로 가라, 거기가 편하다, 이쪽 길로 가라 참견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아이와 함께 그려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주신 작가 현주님께 감사했다. 방임했다 단원평가 점수 보고 아이를 잡았다 하는 나를 일깨워주셔서.
행복한 준규가, 그래서 더 행복한 준규엄마가 부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