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중요한 것

by 읽고쓰는편

모든 불행은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심지어 마음 속에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으면 상황은 더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나도 그 착각 속에서 좌절을 겪었다.


그건 영화 기획 회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창작물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회의에 있던 모두가 자신만의 생각을 ‘정답인 것’처럼 주장했다.


대표, 작가, 감독, 그리고 프로듀서였던 나.

그중 가장 경력이 적었던 나는 그 회의에서 누구보다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나 또한 내 의견이 ‘맞다’고 믿고 있었다.


처음엔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분위기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대표가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웃었고, 나는 감독의 아이디어를 예산 문제로 현실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정답’으로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회의는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하자는 회의는 결국 '다음 날 다시 하자'로 끝났고

그렇게 그 프로젝트는 잠정 보류됐다.


다른 사람들은 익숙한 일처럼 받아들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신입 프로듀서였던 나는 밤새 만든 기획안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처음 겪었고

그게 너무 허무하고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회의가 단순히 시간낭비는 아니었다.

우리는 각자의 ‘정답’을 놓지 못해 삐걱거렸지만 덕분에 나는 중요한 걸 생각해보게 되었다.


삶에서 정답이란 게 정말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정답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창작이든 삶이든, 무엇이든 함께 만든다는 건

누가 더 옳은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답을 존중하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태도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