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이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by 읽고쓰는편

수면제로 잠드는 밤들이 있었다.
약을 먹으면 10분도 되지 않아 몽롱해졌고, 곧 스르륵 잠에 들었다.

경도의 우울과 불안 증상 때문에 받은 정신과 처방이었다.



그 무렵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러 도전을 했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실패가 이어졌고, 마음이 지쳐갔다.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거의 없었다.

얕은 잠에 들었다가 자주 깼고,
한밤중에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날의 반복이었다.


결국, 정신과 상담을 하고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밤마다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자기 10분 전에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곧 몸에서 힘이 빠지며 나른해졌다.


잠을 잘 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푹 잘 수 있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처음 알게 됐다.

뭐든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정말 잠을 제대로 잘 자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편안해졌다.


그렇게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나는 약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을 끊은 뒤 오히려 더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졌고, 바로 잠들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불안감이 다시 몰려왔다.

결국 병원에 다시 찾아가, 잠을 못 잔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약을 다시 처방하지 않으셨다.
이제는 스스로 잠드는 연습을 해볼 차례라고 하셨다.

나는 약이 아닌 ‘행동’을 처방받았다.


하루에 한 시간, 해가 떠 있는 동안 걷기.
격하게 운동하지 않아도 좋고, 그저 매일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몸이 자연스럽게 피로를 느끼게 하고,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만들라는 말이었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처음엔 지루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밤이 되면 자연스러운 피로감이 찾아왔고,
그 덕분에 다시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소화제를 자주 먹으면, 몸이 스스로 소화하는 법을 잊어버린다고.

수면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약에만 의지하면, 몸은 스스로 잠드는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약은 도움일 뿐, 답은 아니었다.
잠시 기댈 수는 있어도,

결국
나를 다시 일으킨 건 내 안에 남아 있던 힘이었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가장 깊은 회복은
스스로를 다시 믿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