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조그만 카페를 시작하게 되면서 미신을 조금씩 따르는 거 같다.
여러 미신 중에 내가 가장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있는 것은 출입구에 오백 원을 붙이는 것이다. 5년 전 카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토로했을 때, 가까운 지인이 알려준 방법이다.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오백 원짜리 2개를 이어 붙이고, 학 모양은 바깥으로, 숫자는 가게 내부로 향하게 한다. 그다음 오백 원이 보이지 않게 종이로 가린 후 문에 붙이면 끝이다. 매우 간단하다. 어렵지도 않다. 카페가 조금이라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양쪽문에 붙여놨다.
그런데 며칠 전, 문에 붙였던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출근했을 때 뭔가 떨어진 거 같아서 가까이 가보니 5년여 전 내가 붙였던 종이이었다. 떨어진 종이를 보니 가게 운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 아마 주말에 비가 오면서 떨어진 거 같았다. 5년 정도 붙여놨으니 접착력이 떨어질 만도 했다.
떨어진 종이를 재빨리 줍고 베이킹실로 들어갔다. 베이킹실에 서서 재빠르게 오백 원을 떼어내고 새로운 종이에 오백 원을 붙여줬다. 예전에 한 번 만들어 봤기에 이번엔 수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손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다시 문에 붙였다. 새롭게 문에 붙은 오백 원 종이를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떨어진 운이 다시금 올라간 거 같았다. 내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오늘 하루는 그 문을 통해서 손님이 더 자주 들어오시는 거 같았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뭔가 좋은 기운이 도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문에 붙이고 나서 오픈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정신은 없었지만 붙이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했다.
솔직히 미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월급쟁이던 시절엔 이런 미신은 본 적도 없다. 기껏 해봐야 네이버에서 하루 운세나 본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이런 미신을 따르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하다. 카페를 시작하면서 간절한 일들이 많아진 거 같다. 그렇기에 카페를 찾아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이 더욱 감사하다.
돌아다니다 보면 나처럼 문에 무언가를 붙인 음식점을 볼 때가 있다. 그걸 보며 지금 이 가게 사장님이 무엇을 했는지 알 거 같다. 이 사장님이 얼마나 간절한지 공감이 될 때가 있다. 가끔 다른 사장님들과 이런 미신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대부분 "그런 것도 있구나"하면서 웃어 넘기 신다. 실제로 따라 하는 사람은 나만인 것 같다.
미신에 너무 믿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미신을 통해서라도 가게가 조금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미신만 믿고 있는 건 아니다. 손님이 들어오시거나 나가실 때는 꼭 인사를 드리려고 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불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잘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이런 미신까지 붙잡게 하는 것 같다. 내일은 미신에 따르기보다는 내 행동과 말에 조금 더 신경 쓰는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