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이 모으고 싶은 순간들
오피스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씩 유독 조용한 날이 있다. 마치 공휴일인 듯, 마치 나 빼고 모든 사람이 휴가를 쓴 듯한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쇼케이스는 잘 정리되어 있는지, 배달 앱에는 문제없이 올라갔는지, 혹시나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 시간을 내서 카페 곳곳을 둘러본다.
하루 매출에 따라 내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안다.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데 솔직히 그게 잘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카페는 조용한데 내 마음만 소란스럽다. 마음이 소란스러울수록 몸을 더 부산스레 움직이려고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한 손님이 오셨다.
"아이스티에 샷 추가가 되나요?"
주문 가능하다고 친절히 말씀드렸다. 이렇게 조용한 날일수록 내 마음은 뒤로하고 성의껏 답변해 드린다.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해서 드리니 손님은 아무 말 없이 음료를 챙겨서 카페를 나가셨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한 손에는 아까 드린 음료를 들고 계셨다.
손님이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는 순간 딱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내가 음료를 잘못 드렸구나', 다른 하나는 '우리 카페 커피가 맛이 없나 보다'였다. 이미 소란스러운 마음이 한 번 더 졸아들었다.
손님께
"무슨 일 있으세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그런데 손님의 대답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손님께서는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제가 먹었던 것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어요. 원래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사장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다시 들어왔어요.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그 순간 내 마음이 한 번에 확 풀어졌다. 눈물도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잘 되지 않는 날이 많다.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였는데, 손님의 한마디가 나에겐 가뭄의 단비 같았다.
손님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며, 연신 인사를 드렸다.
손님이 나가신 후 CCTV 영상을 통해 내 모습을 보니, 두 손 모아 손님께 여러 번 인사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오늘 하루,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이런 순간이 모여 나를 좀 더 단단하게 해주는 거 같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을 계속해서 모으고 싶다. 내가 내린 커피가, 내가 만드는 디저트가 맛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내 욕심대로 되진 않지만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렇기에 이런 작은 기쁨들을 하나씩 쌓아가고 싶다. 이런 순간이 하나, 둘 모이다 보면 좀 더 발전된 카페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