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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실 건가요?

손님의 세 번째 방문을 기다리며

by 읽고쓰는스캇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는 "습자지에 물이 든다"이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고 천천히 무언가에 영향을 받고,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걸 좋아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도,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에도 한 번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만약 새로운 사람이 첫 만남부터 이상하지 않다면, 최소한 세 번 이상 만나고 얘기를 한다. 그 사람의 장점을 한 번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에 "좋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러 번 방문해서 내가 보지 못한 장점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그곳이 참 좋다"라는 말을 한다.


이런 성향이 왜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 만남, 방문이 좋아서 다시 방문했을 때 실망한 경험이 많다.

한 번의 방문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실망감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이상 봤을 때가 되야지만, 상대방 또는 장소를 평가하는 듯하다.


내 성격이 이러다 보니

카페를 한 번만 방문하시고 다시 오시지 않으면, 내가 그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를 한 번 방문하고 다음 날에 다시 오시면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된다. 혹시나 이번에 드시고 실망하시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다.

손님이 세 번 이상 방문하게 됐을 때, 그제야 내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손님이 우리 카페에, 내가 손님에게 서로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한 손님이 세 번 이상 방문하게 되면 신기한 변화를 느끼곤 한다. 카페를 지키는 나는 손님과 조금 더 웃으면서 대할 수 있게 되고, 손님 또한 조금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신다. 마치 내가 내린 커피의 맛을 좀 더 믿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 한 손님이 이틀 연속 오셨다. 나가시기 전에 뭔가 말씀하시는 거 같았는데, 커피가 맛있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들리지 않았다. 오늘 커피 맛은 어떠셨을까? 괜찮으셨을까?

만약 내일 방문하게 된다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거 같다.

근데 안 오시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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