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베이킹실이다.
처음 카페를 시작했을 때는 '로스팅&베이킹실'이었다. 지금은 베이킹할 때만 사용하는 중이다.
원래는 로스팅도 하고, 베이킹도 했던 곳이었는데 장모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신 이후로는 로스팅은 더 하지 않는다. 로스팅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그때 이후로 좀 더 디저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베이킹실은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곳은 가족이어도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만약 궁금해한다면, 보여줄 수는 있지만 웬만하면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쓰는 재료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마치 디저트 맛의 비밀이 들통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매일 뭔가를 만들기에 항상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정리인데, 나름 신경 써서 정리를 하려고 한다.
물론, 함께 일하는 아내가 보기엔 내가 정리한 베이킹실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쉰다. 아내는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다고 본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 또한 내 손에 친숙한 곳에 정리했지만, 아내는 좀 더 정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다.
베이킹실은 카페에 '심장'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베이킹실에서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낸 만큼 쇼케이스를 더 많이 채워질 수 있고, 베이킹실에서 보낸 시간만큼 실패한 디저트들도 나오기도 한다. 또한 베이킹실에서는 음료 원액도 만든다. 그렇기에 이 베이킹실은 카페에 있어서 심장이나 다름없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열심히 정리하고, 소비기한이 지난 물품은 꼼꼼히 버리고 있다. 때론 소비기한 지난 물품을 버리는 게 내가 열심히 디저트를 제작하지 못해서 버린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튼튼한 심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며칠 전, 미생을 볼 때, 회사 사장이 신입사원 장그래에게 퇴근 전 자기 자리를 보는 습관을 가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나도 퇴근하기 전에 베이킹실을 한 번씩 본다. 정리는 잘되어있는지, 내일은 어떤 걸 만들지 생각하면서.
월급쟁이던 시절, 내 손과 컴퓨터가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 책상만 잘 관리하고, 책상 구역만 신경 쓰면 되었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되니 내 손과 베이킹실의 청결함이 심장이 된 것 같다. 그 공간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고객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사히 뛴 심장을 확인하며, 내일은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며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