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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좋은 인사일까?

자영업자의 인사

by 읽고쓰는스캇

월급쟁이던 시절, 갓 들어온 신입은 참 인사성이 좋았다.

회사에 출근하면 평범하게 "안녕하세요"가 아닌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라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당시에는 '인사성이 참 밝네, 참 아침부터 기운이 좋네'라고만 생각했다.


아무래도 야근이 많았던 월급쟁이 시절이라 "좋은 아침"이라는 게 내 마음을 조금 긁은 듯했다. 커피로 겨우 정신을 차릴 듯 말 듯하고, 몸뚱이만 겨우내 출근했는데 좋은 아침이 될 확률은 극히 낮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나 자영업자가 된 지금, 인사가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감한다.

장사의 시작은 인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신입사원처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하는 건 힘들다. 왜냐하면 출근하신 분들의 표정은 그리 밝은 표정이 많지 않다. 마치 회사 다니던 시절의 내 표정이 그랬을 것 같다. 그렇기에 아침 손님이 오시면, 적당한 톤으로 적당한 속도로 인사드린다. 행동 또한 내 속도에 맞추기보단 손님의 기분에 많이 맞추려고 한다.


최근 들어, 인사를 드려도 잘 받지 않는 손님이 늘었다. 오피스 상권 출근길이라 그런지, 계절이 바뀌면서 더욱 그런 느낌이다. 처음엔 약간 서운하기도 했지만, 원래 잘 안 받던 손님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도전심이 생겼다. 꼭 인사를 받겠다는 그런 욕심이 일어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필코 그 손님에게 인사를 받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근데 더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이 공간이 내 공간이기도 하지만 손님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카페. 그런 카페가 되고 싶다.


오늘도 적당한 톤으로 카페를 찾아주신 손님께 인사드린다.

내 톤은 괜찮았을까? 너무 크진 않았을까? 인사와 함께 손님의 표정과 행동을 살핀다.


금요일이라 그런 지, 오늘 오전에 오신 손님들의 표정이 좋다.

그에 따라 내 표정 또한 좋아진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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