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와 그럭저럭 그 어딘가.
오징어게임 시즌3을 점심을 먹고 나서 시간을 내서 다 봤다.
시즌 1과 시즌2를 봤기에 어떻게 끝날지 궁금증이 컸다.
그렇게 시즌3의 1화가 시작되고, 전편이 어떻게 끝났나 기억을 되살려가며 보기 시작했다. 기존의 시리즈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시즌 3은 기대가 있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것 같다.
가끔 종영된 드라마를 다시 찾아본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뉴스룸 그리고 미생 등,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과연 시간이 흘러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다시 볼까? 지금 마음으로는 시즌 1은 찾아서 볼 것 같다. 하지만 시즌 2,3은 잘 모르겠다. 이게 내가 느낀 시즌 3에 대한 솔직한 평가다.
시즌3 6화까지 다 보고 나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오징어게임 시즌3은 그냥 그럭저럭이다.
호평을 하자니 뭔가 아쉽고, 혹평을 하자니 꼭 그렇게까지인가 싶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시즌1은 재밌고, 시즌 2도 나름 괜찮았고, 시즌3은 그럭저럭이다.
오징어게임 시즌3가 그럭저럭이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나가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몸값이 나가는 배우들의 분량 조절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시즌2가 끝났음에도 시즌3에는 아직 많은 인물이 살아남아 있어서 더욱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인물들 중에 공감이 가는 배우가 있거나 집중하면서 보게 되는 인물도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성기훈에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즌1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있었고,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 인물은 저런 성격을 갖고 행동하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3에서 성기훈의 행동은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 목숨이 오가는 게임에서 갑자기 성격이 변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시리즈를 통해서 알던 성기훈은 그런 성향이 아닌데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마지막 이유는 오징어게임이 끝의 느낌이 없었다. 그냥 오징어게임이란 콘텐츠를 세계화하기 위한 중간다리의 느낌이 강했다. 특히 마지막 회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미국 뒷골목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약간 힘이 빠졌다.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시원하게 끝나는 걸 바랐는데,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오징어게임이란 콘텐츠를 더 확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오징어게임>은 분명 잘 된 콘텐츠 중 하나라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자본력도 있었겠지만, 동네에서 놀던 게임을 소재로 전 세계에 유행을 일으킨 건은 확실하다. 한국만의 콘텐츠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성공한 콘텐츠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시즌 1의 임팩트는 정말 강했고, 그 강렬함을 시즌2,3에서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콘텐츠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미국판 오징어게임이 준비되어 간다고 들었다. 과연 미국판 오징어게임에서는 어떤 임팩트를 줄까?
결국 시즌3까지 다 보고 느낀 건, 좋은 콘텐츠 하나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즌1에 비하면 시즌2,3가 상대적으로 아쉬워보일 수도 있지만, 오징어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