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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기 전에 꾼 꿈.

요 며칠 꿈 때문에 고생한 1인 자영업자

by 읽고쓰는스캇

평일엔 보통 6시 30분에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 알람 소리가 나기 전에 일어난다. 바로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꿈을 꾼다. 조금 이상한 꿈 때문에 눈이 자동으로 깬다. 대체적으로 그런 꿈은 바로 잊기 마련인데 며칠 전, 그 시간에 꿈은 잊히지 않는다.


꿈에서 나는 한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카페는 지금 14평보다 큰 사이즈였다. 아마도 새로운 장소로 카페를 이전한 듯했다. 내가 응대한 손님은 여성분이었다. 그분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카페 내부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지적도 하고, 테이블에 비해 의자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그냥 "네네"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그 여자 손님이 카페 인테리어를 맨손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벽 쪽에 붙어있던 좁고 긴 벽테이블을 잡더니 우지끈 소리가 나면서 부쉈다. 순간 너무 놀랐는데, 내 소심한 성격이 꿈에서도 반영됐는지 난 그냥 웃고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러더니 갑자기 4인석 테이블을 또 부시는 게 아닌가?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뭔가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알람 울리기 3분 전. 내 뇌가 날 깨우기 위해서 날 가지고 놀았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왜 이런 꿈을 꿨나 잠시 생각해 봤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역시 손님이었다. 최근 카페 손님이 줄었다. 처음엔 날씨 탓이라 생각했다. 더워도 너무 덥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 탓은 아닌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디저트가 손님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손님들이 원하는 디저트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으로는 내가 응대를 잘 못해서 그런 꿈을 꾼 거 같다.

예를 들어서 손님께서 쿠키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정확하게 한 개를 추천하기보다는 최근 카페에서 판매량이 높은 3~4개를 추천해 드린다. 근데 그게 손님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순간에 그냥 딱 하나의 쿠키만 추천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꼭 지켜야 할 원칙을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

예를 들면, 실내에서는 플라스틱 금지인데 간혹 손님이 잠깐만 앉아있다 갈 거라면서 테이크아웃 컵으로 달라고 하신다. 물론 손님께 실내에서는 플라스틱이 안된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유리컵에 드린다. 하지만 손님의 표정이 뭔가 안 좋으실 때가 있다.

또 다른 예는 외부 음식이다. 카페에서 디저트를 판매하기에 외부 음식은 금지인데 간혹 손님이 몰래 외부 음식을 드신다. 베이킹실에서 CCTV를 보고 있는 나는 고민하게 된다. 나가서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손님께 편안한 카페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인데 뭔가 내 마음이 불편하다. 손님이 먼저인지, 카페에서의 원칙이 먼저인지 고민 때문인 듯했다.




이런 잡생각을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서 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알람이 울렸지만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고 좀 더 침대에 몸을 비비다가 일어났다. 이상한 꿈을 뒤로하고, 언제나 그랬듯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오늘 하루 카페가 무탈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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