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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에서 만난 하나의 단어, 고양감

나를 움직이는 작은 엔진

by 읽고쓰는스캇

오늘 카페에서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를 읽다가 눈에 들어온 단어, 고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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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 단어 뜻이 아리송해서 네이버에서 고양감 뜻을 찾아보니, 고양감은 "정신이나 기분 따위가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되어있다.


갑자기 단어를 보고 난 언제 고양감을 느끼는지 잠깐 생각해 봤다.

생각해 보니 대략 3가지 정도를 할 때 고양감이 높아진다.


첫 번째는 카페 사장이다 보니 손님들의 리뷰가 좋을 때에 고양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디저트가 맛있어요. 커피가 맛있어요. 그리고 배민이나 쿠팡에 올라오는 손님들의 리뷰를 보면, 고양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두 번째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 때다.

실패해도 된다는 마인드로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다가 우연히 맛있으면, 고양감이 생긴다.

영화 <극한직업>에 보면, 류승룡의 "뭐야. 이거 왜 맛있어?"가 내 입에서 나올 때가 있다.

내가 만든 디저트를 먹으면서 놀랄 때도 많다.


세 번째는 아내가 기분 좋을 때이다.

내가 무언가를 해서 아내의 기분이 좋아지면 고양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서 좋은 곳에 가서 저녁을 먹을 때, 아내의 웃음이 좋고, 내가 뭔가 재밌는 행동을 해서 아내가 혼자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모습에서 고양감이 올라간다.


솔직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고양감이 생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때때로는 원래 할 줄 알던 일이지만, 마치 처음 해본 사람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러고 나서 "우와, 내가 이걸 해냈어"라는 생각을 갖는다. 마치 내 뇌를 속이는 것 같은 착한 거짓말을 나한테 하는 거다. 그러면 그때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내가 조금씩 발전해 가는 것 같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주저리주저리 쓰고, 어찌어찌 다 쓰고 나서 조금씩 고쳐나가면 만족하진 않아도 좋은 글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끝까지 다 쓰고 발행을 누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일들에 쉽게 기뻐하는 내 모습이 조오늘 하루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고양감'때문에 내일도 또 카페에 나가고, 또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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