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초보이던 시절이 있었지.
집으로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 앞에 차가 조금 느리게 갔다.
제한속도는 70킬로인 길에 50킬로로 정확하게 가고 있었다. 조금은 느린 속도가 답답했다.
차는 흰색 베뉴였다. 소형 SUV인데 왜 이렇게 느리게 가나 싶어 유심히 보니 차 트렁크에는 "초보운전"이라는 노란색 스티커가 트렁크에 붙어있었다. 그 스티커를 보자 왜 베뉴 차가 느리게 가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네 글자에 나도 앞질러서 가기보다는 느긋하게 뒤따라 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초보 운전자는 얼마나 떨리고, 조심스러울까? 급한 일도 없는데 초보 운전자에게 조금은 여유를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거기에 더해 나 또한 초보운전자일 때 핸들만 잡아도 땀만 흘릴 때가 많았다.
근데 뒤에서 초보운전이 붙인 자동차를 쫓아가는 도중, 차가 너무 옆차선 붙는 거 같았다.
순간 쫄깃했고, 아마도 차선에 대한 감이 없는지, 차폭에 대한 감이 없는지, 차가 갈지자를 그리며 차선의 중앙과 옆차선을 왔다 갔다 했다. 뒤에서 보니 사고는 날 거 같진 않았지만 걱정은 됐다. 몇 차례 그런 운전이 보이자 아무래도 주의를 줘야 할 거 같았다.
그 순간, 크락션을 누를지, 하이빔을 켜서 조심하라는 사인을 보낼지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조심하라는 사인을 주고 싶은데 크락션은 초보 운전자가 놀랄 거 같고, 하이빔은 초보 운전자가 백미러를 보지 못할 거 같다. 결국, 그냥 아무 행동도 안 하기로 결정했다. 괜한 내 행동이 초보 운전자에게 운전의 어려움을 더할 거 같았다.
그렇게 그 차 뒤에서 10분 정도 뒤따라가면서, 내 초보 시절 일화들이 떠올랐다.
운전면허증을 따고 내 첫 운전은 집 근처 롯데마트를 가는 것이었다. 가는 길은 고작 1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손에 땀이 차고, 콧잔등도 조금씩 땀으로 젖어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시동을 켜고 P에서 D로 기어변속이 되지 않아서 당황했다. 조수석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도 내 행동에 당황하셨는지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바꿔야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일화들도 있다. 초보 운전자라서 장거리 운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내비게이션에서 장소를 찍고 1시간 이상이면 주저하곤 했다. 결혼 전, 현아내이자 전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에도 야간 운전은 주저했다. 그래서 저녁에 데이트를 하고 나면, 차로 데려다주지 못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초보 운전 차를 쫓아가다가 유턴을 위해 차선을 변경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차를 보면서, 초보 운전자가 무사히 도착하길 빌었다. 그리고 내가 뒤에 있던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조금은 편안하게 운전했다고 느끼길 바랐다. 근데 내 차가 뒤에 있었다는 걸 초보 운전자가 백미러로 보긴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