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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날, 가마할아범이었으면

by 읽고쓰는스캇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너무 바쁠 때가 있다. 매일 바쁘면 사람이라도 뽑겠는데, 어느 날은 바쁘고, 어느 날은 한가하니 사람 쓰기도 애매하다.


오늘 점심시간은 조금 바빴다. 어제는 조금 한가했었고, 오늘 날씨도 너무 더웠기에 어제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판단 착오였다. 손님이 한 분, 두 분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음료를 기다리시는 손님이 조금 늘었다. 내가 있는 곳은 오피스 상권.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소중하다는 걸 잘 안다. 최대한 빨리 음료를 드려야 하는데 혼자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손님의 기다리는 시간이 늘수록 등에는 땀이 점점 더 난다.


이렇게 바쁠 때에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마할아범처럼 팔이 몇 개 더 있거나 만화 <가제트>처럼 어디선가 손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또 다른 손이 얼음도 퍼주고, 물, 우유도 따라주면 조금은 빠르지 않을까? 더불어 약간의 쇼도 되지 않을까? 그럼 손님이 더 오시려나?

가마할아범.jpg


어찌어찌 주문하신 음료가 다 나왔고, 너무 오래 기다린 듯한 손님들께는 서비스 사브레를 드렸다.


회사 생활할 때 카페에서 오래 기다리면 조금은 짜증 났던 적이 많았다. 점심시간은 촉박한데 음료는 안 나오니 답답했다. 하지만 카페 사장이 되고 나니, 음료 때문에 오래 기다린 손님이 계시면 죄송한 마음과 함께 사브레를 하나 드린다. 사브레를 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한데 내가 뺏는 것 같아서 죄송할 뿐이다.


한 분은 "뭘 이런 걸 챙겨주세요."라고 하시면서 사브레 하나를 받고 나가셨고, 다른 손님은 쿠키를 먹고 싶었는데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다음번에는 직접 사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땀으로 젖은 등, 꽉 찬 싱크대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재료들을 보며 나갔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거기에 더해 사브레를 받고 웃으며 나가신 손님들의 뒷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피크 타임이 지나간 자리. 우유도 나와있고, 얼그레이 원액도 나와있고, 내 등은 땀으로 젖었지만, 모든 손님이 웃고 나가셔서 다행이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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