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조우진의 목소리에 빠진 걸지도
어렸을 때 다큐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게 다큐란 그저 지루한 영상이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중간고사 시험 문제를 KBS의 역사스페셜에서 낼 거라고 말씀하셨다.
어느 중학생이 그렇듯 시험 점수는 중요했기에, 시간을 내서 역사스페셜을 봤다.
시간이 안될 거 같으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를 해서라도 뒤늦게 봤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다큐 프로그램이 재밌다는 걸 알았다.
중간고사는 끝났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역사스페셜을 계속 봤다.
6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역사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다.
그 경험이 시작이었을까.
지금도 틈이 나면 유튜브에서 지상파 다큐를 찾아보게 된다.
이럴 때면 유튜브가 새삼 고맙다.
요즘 잠들기 전에 빠짐없이 보는 영상이 생겼다.
KBS 다큐 채널에서 올린 <사이언스 워>다.
문과인 내게 과학은 늘 먼 나라, 다른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과학이 생각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과학 이야기를, 마치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풀어낸다.
거기에 조우진 배우의 진행도 몰입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특유의 낮고 차분한 톤을 듣다 보면 점점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외국 배우들이 가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게 프로그램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어제저녁엔 '오펜하이머 vs하이젠베르크의 핵전쟁'을 틀어놓고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핵폭탄 개발이 독일에서 시작되었지만 끝내 미국에서 완성되었다는 것,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감옥에 수감된 하이젠베르크가, 미국이 핵폭탄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끝내 믿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잠들기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묘하게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였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아직 보지 않은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관심이 생겼다.
오늘은 KBS다큐 채널에 들어가 아직 내가 안 본 영상이 있는지 살펴봤다.
눈에 들어오는 건 '아인슈타인 vs 허블, 우주 전쟁'이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볼 예정이다.
혹시 다큐를 즐겨보시나요?
시간이 되신다면 <사이언스 워>를 한 번 보세요.
조우진 배우의 목소리도, 내용도, 생각보다 훨씬 빠져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