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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대신 아내와 함께

이런 토요일, 그저 좋다.

by 읽고쓰는스캇

토요일 오전, 늦지도 않고 이르지도 않은 시간에 일어났다.

지난밤 사이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며칠 전만 해도 더워서 자다가 한, 두 번 깼는데 오늘은 달랐다.

흐린 날씨 덕분이었을까?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 곁에서 자는 아내를 보며, 잠시 더 누워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더 잤다.


아침에 일어나 특별히 한 건 없다. 그냥 오늘 하루를 잘 보내자는 생각만 했다.

아내와 누워서 집 근처 카페를 가볼까 해서 찾아보다가, 결국 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점심은 내가 만든 빅토리아 케이크와 어제저녁에 컬리에서 시킨 케이크로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만든 빅토리아 케이크는 생각보다 겉면이 조금 탔다. 겉면에서 탄 맛이 나서 아쉬웠다. 원래 구워야 할 시간보다 10분 더 구웠더니 겉면이 탄 거 같았다. 그래도 처음 만드는 것 치고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몇 번 더 만들어보면 될 거 같다. 내 빅토리아 케이크를 먹은 아내가 그래도 맛있다고 해줘서 좋았다. 성의로 해준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점심을 먹고 나자 잠이 왔다. 혈당 때문일까, 아니면 토요일이라는 요일과 흐린 날씨가 내 몸을 나른한 게 만들까. 토요일이니 낮잠을 자기로 했다. 평일에 고생했으니 주말에 조금 더 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거 같아 아내를 꼬셔서 집 근처에 카페를 갔다.

나는 최근 읽고 있는 <<일상이 돈이 되는 숏폼>>과 아이패드를, 아내는 개인 공부를 위해 노트를 챙겼다. 숏폼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법을 다룬 책인데, 최근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는데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일하는 카페 일상, 내 하루가 좋은 릴스가 될지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내가 방문한 카페는 오픈형 주방으로 되어 있어서 독특했다. 테이블은 여섯 개 정도 있었고, 긴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디저트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오픈형 주방 덕분이지 실내가 깔끔하고 넓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 소리는 제법 컸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우리는 긴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 마주 보며 각자 할 일을 한 시간 정도 했다.


맞은편에서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아내를 보니 문득 대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룸메이트와 카페에서 공부하던 기억이 났다. 아내와 각자 공부를 하니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토요일에 이렇게 집 근처 카페에 와서 공부한 다는 것, 서로 할 일이 있어서 함께 한다는 것이 좋았다. 시간이 흘러 룸메이트 대신 아내와 함께 앉아 있다는 것도.


한 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오늘 별거 안 한 하루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냥 오늘 하루가 좋았다. 아내와 함께 보낸 시간도, 늦잠과 낮잠을 잔 시간도 좋았다. 카페에서 서로 공부한 경험도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종종 이런 시간을 갖자고 얘기했다. 이런 평범한 하루를 보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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