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케혀 Jun 25. 2019

나는 지방대 졸업생이다 (EP. 3)

앞에서는 지방대생의 특징과 처해있는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번 생은 이미 늦은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너무나 우울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마음을 고쳐먹어 보아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지 뭐'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 학생들에 비해 경제, 문화자본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뒤쳐지는 지잡대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내심 막힌 속을 뻥하고 뚫어 줄 사이다 같은 솔루션을 기대했건만 안타깝게도 단 한방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역시 인생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문화화용 능력은 무엇보다도 서사 능력이다. 주어진 삶 그대로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모방하며 살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인 것 같은'영역으로 진입하여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끼지?" 미적 체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야 한다. 


세상 밖에 대해 모르려는 의지로 똘똘 뭉쳐 가족 안에서 소소한 행복만 누리려 하지 말고, 제발 좀 악한 세상이 고통스럽다고 울부짖으라! 


_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개인에게 주어진 삶을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듯한 자세로 살아서는 안된다. 물론 이때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책에서는 지방대생에게 말한다. 주변의 기대가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기쁜 감정이 생기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집 밖으로 나가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뿐만 아니라 지방대생이 집 밖으로 나가 터전을 다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밖으로 나가면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과 수직적인 위계 등이 지뢰처럼 여기저기 몸을 숨기고 지방대생의 한쪽 발을 날려버릴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청년들이 집을 떠나 홀로 설 수 있게 그리고 넘어지더라도 다시일어날 수 있게 디딤돌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저임금 지불은 지켜지고 있는지, 열정페이를 강요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어길 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왜 가족 사회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할까? '집' 밖 노동시장에는 작은 박정희가 장악한 온갖 조직이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기 멋대로 전횡을 휘두르는 가부장과 이를 떠받드는 가신 조직이 지방에는 수도 없이 존재한다. 여기에 들어갔다가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물론 온갖 갑질을 다 당한다. 사정이 이러니 지방대생은 집 밖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서울에서는 이러한 갑질에 맞서기라도 하지만 지방에서는 꿈도 못 꾼다. 가족주의 언어로 살다 보니 가부장의 부당한 권위에 도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 밖의 성취주의 언어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언어이다. 가족 밖에서는 제대로 된 성취를 이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원래 우리 지방대생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당연하게 여긴다. 부모처럼 성실하게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적당주의로 살아온 지방대생이 이를 견뎌내기는 힘들다. 어렵게 집 밖에 나갔다가 조금 힘이 들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중략)


지방대생이 가족 밖으로 나와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족에게 부당하게 지워져 있는 온갖 책임과 짐을 국가가 나눠져야 할 것이다. (중략)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출산, 육아, 교육, 주거, 문화, 건강, 의료, 노인 부양, 실직 등 모든 짐을 떠안은 채 씨름해왔다. 국가 공적의무와 책임을 가족에게 떠 넘긴 탓이다.


_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국가가 나서서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노력 없이 거저먹으려 한다고 '빨갱이'라 외칠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그래 이 xx야! 빨갱이다! 왜! 라고 맞서고 싶지만) 이제는 무조건 열심히 성실하게 산다고 한 들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청년들에게 특히나 지방대생에게 노오오오력을 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며 혀끝을 차는 행위를 삼가주길당부드리는 바다. (지방대생도 코너에 몰리면 물어뜯는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시라)  


유럽 어딘가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삶이 궁핍해지자 너도나도 도로로 나가 데모도 하고 국가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 불도 지르며 처우 개선을 외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현재 잘 살지 못한 이유를 자신의 노력 부족과 운이 없음 정도로 여긴다. 모든 화살을 본인에게 쏘는 꼴이다. 그러니 국가와 정치인들은 청년들을 (특히나 지방대생을) 만만하게 본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우리 세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매번 선거가 있을 때마다 20, 30대의 투표율이 제일 저조하다. 빨갱이, 종북 외치는 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투표하러 가는데 20, 30대 들은 '그런다고 달라지나'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하며 본인들의 권리를 기성세대에게 내어준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청년들의 어려움이 반영되어 환경이 개선될 수 있게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게 귀중한 한 표를 보태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There are three ways to change people.


to use time differently,

to change the location you live,

to make relationships with new people.


Without those three methods, people will not change. 

Making a new resolution is the most useless act. 


_난문쾌답, 오마에 겐이치




자신을 감싸고 있는 작은 원을 깨부수고 나가 여러 활동을 해보자.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사귀어보고 전혀 관련 없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우리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어 본들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밖으로 나가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자. 보다 나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삶을구성하고 나아가고 있는지 분석하여 그대로 모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