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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케혀 Aug 08. 2019

옳고 그른 취향이란 없다

얼마 전 어머니가 친구 분과 함께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동유럽 여행을 다녀오셨다. 사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패키지여행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그건 진짜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가이드 인솔 하에 유명 관광지만 찾아다니고 계약된 식당, 숙소 그리고 상점만 들러야 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 다하는 그저 그런 여행이 아닌 뭔가 특별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경솔한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잘 안다. 지금 20, 30대들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해외여행을 비교적 아주 쉽게 자주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50, 60대들은 해외여행을 마음먹은 대로 쉽게 갈 수 있었던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아니다. 해외로 나가는 벽은 높았고 기껏 간다고 해도 제주도였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그들에게 떠나기 전에 모든 계획을 짜고 직접 숙소와 식당을 예약해야 하는 자유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가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이다. 오랜 시간 길을 걸으면 온몸이 아파오고, 공항에서 노숙을 한다면 무리한 탓에 병원신세를 질 수도 있다. 위험을 안고 무언가 운에 맡기기에도 이제는 너무 나이가 많다. 게다가 낯선 환경과 통하지 않는 언어로 불안감에 시달리고 나쁜 추억만 간직한 채 돌아온다면 다시는 떠나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남자 찾아 산티아고'를 쓴 정효정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출발하기 전 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거기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는 말을 건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거길 왜 가요?"이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너무 유행만 따른다고 비아냥되기 시작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여행법만이 정석인 양 목소리를 높이고, 남의 여행에 잣대를 들이대는 여행자들을 만나곤 한다.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남들이 많이 가는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남들이 잘 안 가는 곳에 가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취향의 문제이지, 주관이 없다고 비난받을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 여행자가 호환마마를 불러오는 것도 아닌데, 한국인 여행자가 많다고 칠색팔색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럼 본인은 무슨 유럽인인가. 


내가 반년 동안 유라시아를 육로로 가로지른 것도 여행이고, 옆집 아줌마가 14박 15일 동안 유럽 10개국을 돈 것도 여행이다. 마찬가지로 속초를 무전여행으로 가는 것도 여행이고, 고속버스 타고 가서 포켓몬 잡는 것도 여행이다. 


익숙한 내 지역을 떠나 새로운 지역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여행인데, 꼭 여행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실존주의적 물음"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존주의적 물음 이전에, 더 넓은 세상을 보며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는 태도가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이 뭐 별건가. 각자 능력껏, 취향껏 가는 게 여행이다. 각자의 여행에는 각자의 가치가 있다. 



_남자 찾아 산티아고, 정효정  





그간 다른 사람의 취향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댄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누군가에는 상처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영화평론가가 별표 5개를 준 영화라고 극찬하더라도 내가 재미가 없으면 별표 5개는 의미가 없다. 다수가 좋아하더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취향이 꼭 일치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각자 처한 상황과 주변 환경에 의해서 선택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선택에는 각자의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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