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래. 방황이 내게 남긴 흔적들
먼지가 쌓인 별은 빛나지 않는 법이고, 전구를 밝히려거든 겉의 먼지부터 닦아야 합니다. 어쩌면 내 삶도 가만히 있다 보면 먼지가 가득해 정작 빛나지 못한 것 같네요.
저 먼 우주
이름 모를 별 하나
본디 스스로 빛나는 존재건만
아무도 찾지 않는 시간 속에
조용히 먼지만 쌓였다
지구 어딘가
방구석 외로운 전구
스위치만 올리면 환해질 것을
무심한 손길 아래
뽀얗게 먼지 이불만 덮었다
내 삶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한때는 총총 빛나려 했고
누군가의 세상을 환히 비추려 했지.
하지만 버려둔 시간,
외면한 아픔,
후회와 자책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를 덮었고
수치심처럼 끈적하고
자괴감처럼 무거운
먼지 이불 아래
숨 쉬기조차 버거웠다.
스스로 빛나는 법을 잊고
누군가 와서
이 먼지를 닦아주길
가만히 기다렸다는 걸
길어진 기다림과
잔뜩 쌓인 먼지 덕분에 알았다.
문득 거울 속
먼지투성이 나를 보고 나서야
다시 알았다.
아무도
나의 먼지를 닦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덜덜 떨리는 내 손으로
가장 부끄러운 과거부터,
가장 외면하고 싶던 아픔부터,
살살 문지르며
닦아내야 한다는 것을
쉽지는 않았다.
후회와 자책의 티끌이 날려
콜록거리기도 했고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던
수치심이 들러붙어
쓰라림에 몸서리치던 날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닦을수록
희미한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했고
먼지 아래 숨겨져 있던
오래전 나의 빛이
조금씩 드러났다
나였다
먼지투성이 아래 숨어 있던
빛나고 싶어 했던
진짜 나
쓰러지고 무너지고
세상 끝에 서 있던 나였지만
여전히
다시 빛날 수 있는
별이었고
전구였다.
어쩌면 먼지는
또 쌓일지도 모른다.
삶은
완벽하게 깨끗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먼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덜덜 떨리는 손일지라도
닦아낼
아주 작은 용기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혹시
당신 안의 별도
당신 삶의 전구도
지금 혹시
먼지 이불 아래
숨죽이고 있다면
겁내지 말고
두려워 말고
한 겹, 한 겹
스스로의 손으로
그 먼지를
닦아내 보기를.
그러면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이 얼마나
눈부시게
빛날 수 있는
존재인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빛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