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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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달

축축한 공기가 어깨를 누른다

꾸역꾸역

짐짝처럼 밀려왔나 보다


산책로 따라 늘어선 나무들

잎사귀 끝마다

위태롭게 매달린 이슬방울들


어제의 소나기 탓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새어 나온

축축한 마음들인지


툭.

하나가 떨어져 내린다

작은 세상의 무거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옆자리 동료의

사무적인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보고서 위

빨간 수정 자국 같기도 하고


툭. 툭.

몇 개의 이슬방울이 더

땅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그래, 나도 저렇게

툭, 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지


하지만 이내

다음 이슬방울이

새로운 균형을 잡고 매달리는 걸 본다


아직 버틸 만한가

아니면 버텨야만 하는 건가


초록 잎사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빛나는 투명함이

쓸데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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