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너머의 삶, 현재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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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달


"혹시...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나는 습관처럼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는 사람입니다. 작은 일에도 며칠 밤낮으로 고민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잦았죠. 돌이켜보면, 31살 이혼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직장에 퍼질 소문,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평범했던 날들마저 걱정으로 물들었고, 두려움과 막막함에 휩싸였습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이혼'이라는 사건 자체에 있었습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었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했죠. 그때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그 결과 또한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그랬더라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방황하지 않았을 겁니다.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 건 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점 더 많은 술에 의존하게 되었죠. 술 없이는 잠들 수 없었고, 술에 취해 현실을 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술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의 삶을 더욱 망가뜨리는 족쇄가 되었죠.


우스운 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도 되찾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미래는, 오히려 긍정적인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중독 치료 센터에도 다니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자책과 후회 대신, 긍정적인 다짐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삶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건, 불과 보름 전쯤입니다. 사내 동아리 활동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외부 기관과의 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동료의 내부 고발로 인해 감사팀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업무는 누구 하나 하겠다고 손을 들지 않아 자진해서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 과거의 용기가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십수 년 직장 생활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지만, 이번 일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당혹스러움과 억울함,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날 밤, 나는 10년 전의 나처럼 술에 의존하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술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이었지만, 10년 전처럼 자책과 비난만 하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루틴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나의 정신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불안한 감정을 잠재워주었습니다. '누구는 죽음을 앞에 두고 글을 쓰는데, 나는 겨우 이 정도 일에 흔들리면 안 된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125p (위지안)


물론, 모든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했습니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과정은, 어른이 되어가는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이번 일을 잘 견뎌내면 더 멋진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과거에 방황하지 않았다면, 나는 글을 쓰지도,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돌아보니, 나는 나이는 먹었어도 어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막연한 두려움에 휩쓸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망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점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앞으로 내 앞에 어떤 문이 열릴지,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겠습니다.


평탄하고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택한
작가의 길,
때로는 후회와 회의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실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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